미 하원의 3개 상임위원회는 27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한 국무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소환장을 보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폼페이오 장관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과 함께 하원의 탄핵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미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받을 경우 그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북·미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28일 “폼페이오 장관이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개입한 증거들이 나올 경우 그가 깊숙이 관여하는 북·미 대화도 도매금으로 미국민들의 불신을 받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뒷조사 재개를 독촉했다는 이른바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미국 외교를 관장하는 폼페이오 장관도 미 하원의 타깃이 된 모양새다.
미 하원 엘리엇 엥걸 외교위원장과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 일라이자 커밍스 정부감독개혁위원장은 폼페이오 장관에게 10월 4일까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보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16일까지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도 응하지 않았고 26일까지 보내라는 요청도 또다시 거부했다”면서 “이에 따라 10월 4일까지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소환장을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하원의 3개 위원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압박해 2020년 미국 대선에 개입하도록 하고 군사원조를 보류해 국가안보를 위협한 범위를 조사 중”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 배후 인물인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측 인사들을 만날 때 국무부의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을 궁지로 몰고 있다. 줄리아니는 우크라이나 당국자와의 면담을 국무부에 보고했고, 자신이 국무부 인사들과 통화한 전화번호가 들어있다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보이기도 했다.
미 하원 상임위들은 공식 권한이 없는 줄리아니에게 국무부가 도움을 제공했는지, 그리고 국무부 인사들이 어느 수위까지 이번 사건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연루됐다는 증거가 드러날 경우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캔자스주 상원의원에 출마한 뒤 차차기 대권을 노려본다는 원대한 구상도 엉클어질 가능성이 크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국무부 당국자들이 취한 조치들은 전적으로 적절했다”고 관련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펜스 부통령도 우크라이나 스캔들 조사 그물망에 걸렸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1일 2차 세계대전 발발 80주년 기념식 참석차 폴란드를 방문했다가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것에 발목이 잡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력 허리케인 도리안이 미국에 상륙하자 일정을 취소해 펜스 부통령이 대신 만난 것이었다.
펜스 부통령은 당시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해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동유럽 국가에 대한 미국의 재정적 지원과 ‘부패’ 문제를 논의했다고 답했다. ‘부패’ 문제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의 연관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펜스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통화 녹취록 공개를 반대했지만 공개할 수밖에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따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