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미 양측의 막판 기싸움은 과열되는 양상이다. 북·미 실무협상의 9월 개최가 물 건너가면서 10월에 북·미 대화가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뉴욕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리기호 참사관은 28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린 ‘2019 글로벌 평화포럼’에 참가해 ‘6·12 (싱가포르) 조·미(북·미) 공동성명의 의의와 조·미 관계의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을 시작하면서 “(연설문이) 우리 공화국의 공식 입장이자 김일성종합대학의 논문”이라고 설명했다.
리 참사관은 연설에서 “미국은 심사숙고해 진정성과 대담한 결단을 가지고 성근한(성실한) 자세로 조·미 공동성명의 이행에 나서야 한다”면서 “(앞으로 북·미 대화의 진척 여부는) 미국이 어떤 입장에 서서 행동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리 참사관은 이어 북한의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군 유해송환 등을 거론하면서 “북한은 조·미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하려는 실천적 의지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말로만 관계개선을 떠들면서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합의했던 지난 2018년 싱가포르 6·12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미국이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리 참사관은 특히 6·12 공동성명의 1항인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2항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노력’을 문제 삼았다. 리 참사관은 “어처구니없는 것은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고, 신뢰 조성과는 대립되는 제재 유지 발언을 공공연히 일삼는 미국이 우리와의 대화를 운운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미국에 대한 신뢰감이 없는 속에서, 미국이 여전히 우리에 대한 적대감을 유지하고 있는 한 비핵화 실현은 점점 더 요원해질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 참사관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한·미) 합동군사연습 강행을 통해 도발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만큼 그에 대처해 우리는 국가방위에 필수적인 위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개발, 시험, 배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 참사관은 또 “오늘의 관건적 시점에서 미국이 현명한 판단을 내리리라고 기대하며, 가까스로 멈춰 세워놓은 조·미 대결의 초침이 영원히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압박했다. 리 참사관은 그러면서도 “조·미 관계는 새로운 역사적 궤도에 들어서야 하며, 조·미 공동성명이 성실히 이행되기를 기대한다”면서 “6·12 조·미 공동성명을 귀중히 여기고 앞으로도 그 이행에 충실하려는 우리의 입장과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질문에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재개 시점과 관련해서도 “시점이 낙관적”이라고 답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머지않은 시기에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을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행사에는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인 홍익표 의원과 같은 당 이재정 의원, 김원웅 광복회장 등도 참석했다.
홍 의원은 연설에서 대북 제재 완화 검토와 국가보안법의 폐지 또는 대폭 수정을 촉구했다. 홍 의원은 “남북 경제협력사업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를 완화하거나 해당 사업별로 면제해주는 방식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의 단계에 따른 상응조치 차원에서 대북제재 조치를 완화, 해제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민간인들의 남북간 자유로운 왕래를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고, 서로를 적대하는 내부의 법 제도들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면 한국의 경우 국가보안법은 냉전시대의 산물로 이제 폐지 내지는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6일 북·미 실무협상 재개 시점과 관련해 “우리는 9월 말까지 실무 협상이 있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내비친 공개적 성명을 봤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것이 일어나도록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함께 만날 날짜를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