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영상 판도 흔들’ 류현진 7이닝 무실점 7K ‘ERA 1위’

입력 2019-09-29 10:08 수정 2019-09-29 11:22
류현진(32·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에서 7이닝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아시아 출신 투수로는 처음으로 평균자책점(ERA) 1위에 등극했다. 결승타까지 때려내며 ‘베이브 류스’의 면모를 과시한 그에게 현지 매체들이 극찬을 보냈다.

역투하는 류현진. 연합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삼진 7개를 잡고 무실점 호투했다.

안타는 5개를 맞았지만 위기 때마다 류현진의 위기관리 능력이 돋보였다. 공은 97개를 던졌고 땅볼 아웃을 9개 유도했다.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을 2.41에서 2.32로 낮추며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2.43)을 따돌리고 내셔널리그 1위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를 확정지었다.

‘토네이도’로 빅리그를 휘저은 일본인 노모 히데오가 1995년 세운 역대 아시아 투수 최저 평균자책점(2.54) 기록도 24년 만에 갈아치웠다.

2대0으로 앞선 8회 초 타석에서 대타로 교체된 류현진은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서 최종 14승 5패를 기록했다. 2013년과 2014년에 달성한 시즌 개인 최다승과 타이를 이뤘다.

다저스는 시즌 105승(56패)째를 거둬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 경쟁을 정규리그 최종전으로 몰고 갔다. 특히 1953년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 올린 팀 시즌 최다승과 66년 만에 타이를 작성했다.

류현진은 타석 두 경기 연속 타점을 올렸다. 0대 0으로 팽팽히 맞선 5회 초 2사 3루에서 샌프란시스코 우완 선발 투수 로건 웨브의 시속 149㎞짜리 빠른 볼을 잡아당겨 깨끗한 좌전 안타로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였다.

류현진은 23일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선 0대1로 끌려가던 5회 역전승의 물꼬를 튼 우중월 동점 솔로 아치로 빅리그 진출 후 첫 홈런을 터뜨렸다.

두 경기 연속 영양가 만점의 타점을 올린 류현진은 타율 0.157(51타수 8안타), 홈런 1개, 타점 3개를 기록했다.

다저스는 1대 0으로 앞선 6회 맥스 먼시의 우중월 솔로 아치를 보태 2대0으로 달아났다.

류현진에 이어 마에다 겐타가 8회 삼진 2개를 곁들이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마무리 켄리 얀선은 9회 등판해 몸에 맞는 공과 안타를 연속으로 허용해 무사 1, 2루 실점 위기를 자초했지만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세이브를 따냈다.

결승타 치는 류현진. 연합

류현진의 호투에 지역 매체들은 극찬을 보냈다.

지역지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는 “류현진이 사이영상을 받을 만한 투구를 다시 보였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오늘 투구로 류현진은 (사이영상 경쟁에) 또 다른 논쟁거리를 만들었다”며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선두주자였다가 최근 미끄러졌는데, 이날 호투로 사이영상 판도를 다시 흔들었다. 압도적인 모습으로 사이영상 유력 후보로 다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사이영상 유력 후보인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과 비교하며 류현진이 기록상 우위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전체 평균자책점 1위(2.32)에 올랐고, 28차례 선발 등판 중 10차례 무실점 경기, 18차례 무실점 혹은 1실점 경기를 치렀다”며 “이는 디그롬을 앞서는 기록”이라고 전했다.

디그롬은 올 시즌 11승 8패 평균자책점 2.43을 기록했는데 8차례 무실점 경기, 17차례 무실점 혹은 1실점 경기를 펼쳤다.

다른 매체들도 류현진의 호투를 소개하며 사이영상 수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다저스가 포스트시즌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류현진이 오늘 같은 활약을 계속 펼쳐야 한다”며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자신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이력서를 완성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류현진은 29차례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18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2.32로 시즌을 마쳤다”며 “10차례 7이닝 이상 무실점 경기를 펼치는 등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MLB닷컴은 “류현진이 사이영상 수상에 마지막 입찰을 했다”며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한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결승 타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고 경기 내용을 소개했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상은 전미야구기자협회 소속 기자단 투표로 결정된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