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의 시그니처…‘스타킹 매듭’에 집착한 ‘그놈’

입력 2019-09-29 09:03 수정 2019-09-29 11:25

최근 유력 용의자가 특정된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28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집중 조명했다. 이날 방송에 등장한 전문가들은 ‘스타킹 매듭’이 범인의 시그니처라며, 그의 독특한 취향과 성향이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화성 사건에서 드러난 공통점에 주목했다. 피해자들의 시신이 모두 스타킹으로 결박돼 있던 점이다. 한 전문가는 “범죄와 관련이 없는데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이 시그니처”라며 “피해자가 살아있는 상태로 자신과 오랜 시간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시그니처는 범인이 스타킹으로 지은 매듭”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도 “밧줄을 쓰면 금방할 수 있는 일을 스타킹으로 했다. 이는 비효율적인 도구”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범행 현장에는 독특한 취향과 성향을 담긴 시그니처도 함께 남겨진다”고 했다.

범인이 스타킹 외에 속옷, 목도리 등 피해자들의 물품을 결박에 사용한 점도 언급됐다. 한 전문가는 “자신감과 오만함이 있다. 범행도구와 흉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를 어떤 형태로든지 제압하고 살인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오만함”이라고 설명했다.

화성 사건의 범인이 스타킹을 사용했기 때문에 살아남은 피해자도 있었다. 어느 날 오후 9시쯤 마주친 범인은 피해자의 스타킹을 벗겨 결박한 뒤 성폭행을 했다. 이후 그는 피해자의 가방을 뒤지며 돈을 챙기는데 집중했고, 몸을 자꾸 움직여 느슨해진 스타킹 매듭을 풀어낸 피해자는 그 틈을 타 도망쳤다. 이 사건 뒤 화성 사건 현장에 피해자의 돈과 귀금속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화성 사건은 1986년 9월 15일 1차 사건 이후 10차 사건(1991년 4월 3일)에 이르기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 이후 28년간 3대 미제사건 중 하나로 남았다. 그러나 경찰은 최근 화성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 사건의 증거품에서 나온 DNA와 부산교도소에 복역 중인 이모(56)씨의 것이 일치한다는 유전자 검사 결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받았다.

이씨는 화성 사건 이후인 1994년 처제를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넘게 수감생활 중이다. 경찰은 이씨를 용의자로 특정, 강도 높은 대면조사를 이어가고 있으나 이씨는 “나는 화성 사건과 관련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