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갖고 있는 것 자체는 힘든 일이지만 현재의 즐거움이 중요합니다.”
2019학년도 2학기에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초빙교수로 임용돼 3학점 강의인 ‘심리학과 웰니스콘텐츠’를 맡게된 자폐인 윤은호(33) 교수는 29일 “장애극복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자폐인이 국내 대학에서 강의를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교수는 인하대 문화콘텐츠과 1기 출신으로 철도신문 기자를 거쳐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모교의 교수로 임용됐다. 윤 교수는 이 학교에서 문화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윤 교수는 지난 5일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오해가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자폐성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다”며 “지금 이 시간이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 교수는 “수업 도중에 질문을 해도 좋다”며 “자신도 그렇게 공부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교수가 맡은 과목은 4학년 강의로 애플리케이션을 제안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 목표다. 강의는 50명이 신청했으며, 다른 과에서 등록한 인원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 교수는 콘텐츠를 통해 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인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스마트힐링콘텐츠를 소개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윤 교수는 “갑자기 화를 내는 사람들에 대한 콘텐츠를 비롯한 인간의 감성에 관심을 갖는 웰니스콘텐츠는 아직까지 학문적으로 정립되지 않은 분야”라며 “인용할만한 논문도 없기 때문에 조별 과제를 통해 발표를 하도록 학생들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자신의 강의를 학생들이 잘 알아듣도록 하기위해 다양한 그래픽과 통계자료를 표로 만들어 제시하는 능력이 탁월해 학생들도 호감을 표시하고 있다.
윤 교수는 “도박중독, 치매, 난치성질환, 척수장애, 학습장애 등이 관심사”라며 “수업을 진행하면서 개인별 또는 팀별 발표를 통해 좋은 제안서를 쓰도록 질문이 많은 교실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윤 교수는 “앞으로 연구를 계속해 다른 학교에 가서도 강의를 하고 싶다”면서 “오는 11월 2일에는 청강생들에게도 강의를 개방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하대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뒤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자폐인 교수의 모습과 그가 제시한 다양한 수업자료를 촬영을 하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