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로 종목 바꿔 도전하는 ‘스키 소녀’의 4번째 패럴림픽

입력 2019-09-28 16:50 수정 2019-09-28 17:16
일본 파라 태권도 국가대표 오타 쇼코가 28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세계태권도연맹 도쿄패럴림픽 테스트 이벤트를 앞두고 훈련하고 있다.

“패럴림픽 태권도를 보러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본 파라 태권도 국가대표 오타 쇼코(30·일본)는 동계 패럴림픽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 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일본 혼슈 북서부 야마가타현 산악지대에서 나고 자란 그는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스키를 익혔다. 오우산맥과 아사히산맥에 둘러싸인 야마가타현은 겨울이 되면 눈으로 뒤덮인 설산의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다. 왼손을 갖지 못하고 태어난 오타는 ‘천연 스키장’인 고향에서 한 손으로만 폴을 잡고 스키를 탈 만큼 기량이 좋았다.

처음으로 동계 패럴림픽에 출전한 2006년 이탈리아 토리노 대회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만 17세였다. 그는 바이애슬론 국가대표로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전은 계속됐다. 바이애슬론에서 사격을 뺀 크로스컨트리로 종목을 바꿔 2010 밴쿠버 동계 패럴림픽에 출전해 은메달을 차지했다. 2014 소치 패럴림픽에서는 일본 선수단의 기수로 앞장섰다. 이 대회에서 바이애슬론 6위를 차지하고 은퇴한 그는 이제 하계 패럴림픽 태권도로 계절과 종목을 바꿔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오타의 기량은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28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세계태권도연맹 주관으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테스트 이벤트 K44 여자 58㎏ 이상급 경기에서 호주의 왓슨 자미네에게 4대 22로 완패했다. 이 경기 성적은 도쿄패럴림픽 태권도 본선 출전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아직 미흡한 기량을 확인한 점수 차이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오타는 특유의 밝은 웃음을 지으며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그는 “어려운 경기였고 패배했지만 패럴림픽 본선에 출전할 수 있도록 더 단련하겠다”고 다짐했다.

오타는 “격투기인 태권도를 과거부터 멋진 종목이라고 생각했다. 강한 인상을 갖고 있었지만 내가 직접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가능하다’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패럴림픽이 개막하는 내년 여름에 이곳을 찾을 방문객들이 ‘보러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오타 쇼코(홍)가 28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세홀에서 세계태권도연맹 주관으로 열린 2020 도쿄패럴림픽 테스트 이벤트 K44 여자 58㎏ 이상급 경기에서 호주의 왓슨 자미네(청)에게 발차기를 하고 있다.

오타 쇼코 일문일답

-동계패럴림픽 설상 종목 국가대표였다. 운동을 언제 시작했는가.

“일본 북부인 야마가타 출신이다. 학교에서 수업으로 스키를 배우던 중 일본 노르딕 단체에 발탁돼 선수로 활동하면서 패럴림픽까지 출전하게 됐다.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도 획득했다. 하지만 패럴림픽은 더 큰 무대여서 가장 선명한 기억을 갖고 있다.”

-스키에서 태권도로 전향한 계기는 무엇인가.

“2014년에 패럴림픽 스키 국가대표에서 은퇴한 뒤 2020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이 개최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떻게든 기여할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패럴림픽 선수에게 조력을 주는 활동을 하게 됐다. 도쿄 패럴림픽에서 태권도가 사상 처음으로 정식종목이 된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다. 격투기인 태권도에 대한 강한 인상을 갖고 있었다. 일본 패럴림픽 태권도는 내년 1월에 국가대표 선발전을 갖는다. 지금 국가대표 상비군에서 유일한 여성 선수로 등록돼 있다.”

-설상에서 격투기로 종목을 바꿔 패럴림픽에 도전하는 점이 특별하다.

“동계에서 하계로 바꾼 점, 처음으로 개최국 선수로 출전하는 점에서 특별하다. 그동안 먼 곳(북미·유럽)에서 개최된 패럴림픽에 출전했지만 이번에는 안방인 만큼 가족이나 지인 등 많은 응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태권도는 본인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가.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기 전부터 격투기로서 멋진 종목이라고 생각했다. 강한 인상을 갖고 있었지만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가능하다’ ‘내가 이만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태권도를 하지 않을 때는 무엇을 하는가.

“2018년에 소프트뱅크에 입사해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이 회사로 입사한 이유는 태권도를 병행할 환경이 됐기 때문이다.”

-2020 도쿄패럴림픽에 도전하는 각오는?

“이 대회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찾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수의 한 명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

지바=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