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차 농가, 9차 농가 같은 도축장 사용”
확인했지만 구체적 인과관계 ‘아직’
정부, 돼지 일시이동중지명령 연장 검토
인천 강화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농장이 5곳으로 늘었다. 강화군에 있는 돼지 3마리 중 1마리가 살처분 대상이 됐지만, 정부는 여전히 감염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의심 신고가 접수된 강화군 하점면의 돼지농장을 정밀 검사해 양성 확진했다고 밝혔다. 국내 9번째 확진 판정이다. 지난 24일 처음 확진 농장이 나온 이래 강화군에서만 나흘 새 5곳이나 확진 농장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관계 당국은 여전히 최초 감염 경로나 매개체 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강화군 내 조합 농가 간 차량이 같이 움직인 사례가 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특성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지난 18일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연천의 농가(2차 발병 농가)와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강화 하점면 농가(9차 발병 농가)가 같은 도축장을 출입했으며, 동일 운반 차량이 두 농장을 방문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실질적인 인과관계는 역학조사가 좀 더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축산차량 출입이 없었던 석모도의 폐농가(7차 농가)에서 감염 사례가 나온 배경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석모도에서는 올해 멧돼지 출현신고도 접수된 적이 없고 땅 파헤침 등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이 주요 감염경로로 추정했던 멧돼지에 의한 전염 가능성이 작다는 의미다. 철새나 곤충 등에 의한 감염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지만, 정부는 “확실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뒤늦게 지난 5월부터 ASF가 유행한 북한으로부터 하천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임진강·한탄강·한강 하구 20개 지역에서 시료를 채취해 오염 여부를 조사했지만,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정부가 이날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 주변 3㎞ 반경에 있는 돼지 2820마리를 살처분하겠다고 밝히면서 강화군에서만 전체 3만8001마리 돼지 중 1만2584마리(33%)가 살처분 대상이 됐다. 살처분 규모가 커지면서 방역에 투입돼야 할 관계 당국 인력이 살처분에 투입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바이러스는 생체에서 숙주를 죽여야 분출이 중단된다. 방역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우선순위를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이날 방역상황 점검회의에서 “강화군에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8일 정오까지 발령된 전국 돼지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을 추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