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생일 케이크를 사서 집으로 가는 장면이 SNS에 올라온 것을 봤습니까?”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6일 오후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조 장관은 “오늘 출근하고 누가 보내줘서 알았다”고 대답했다.
김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 화상에 이 사진을 띄우고 “미쳐 챙겨주지 못한 딸 아이의 생일을 챙기려는 평범한 아버지들의 마음과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사진은 전날 밤 촬영됐다. 퇴근하는 조 장관이 딸의 생일 케이크를 들고 집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뒷모습이 잡혔다. 조 장관 집 주변에서 취재하던 기자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으로 추측된다.
보도에 따르면, 조 장관은 이날 오후 9시30분쯤 서울 서초구 자택에 도착했다. 이날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24일이 딸의 생일이었는데 가족들이 밥도 같이 못 먹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우연히 촬영된 이 사진은 50일 넘게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조국 정국’에서 ‘결정적 장면’이 됐다.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이 사태를 차분히 관망하던 시민들의 가슴을 건드렸다. 수많은 시민들이 SNS에서 이 사진을 공유하며 조 장관에 대한 동정심과 검찰 수사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
한 시민은 “이 사진 한장으로 검찰은 졌다”고 썼고, “만약 조국 사태에 반전이 생긴다면 저 사진 때문일 수도 있다”고 쓴 시민도 있다. 그만큼 이 사진이 준 울림이 컸다.
사진 전문가들도 이 사진의 힘을 평가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씨는 보는 이의 가슴을 찌른다는 소감을 페이스북에 밝혔다.
“아파트 앞에서 종일 대기하는 볼펜(취재기자)이 폰카로 찍은 듯 한데, 참으로 인상적인 사진이다. 복도의 빛과 사내의 가방 맨 뒷모습 그리고 케익 한상자. 사진의 표면은 절대 진실을 드러내지 않지만 이 순간 보는 이의 가슴을 찌르는 ‘푼크툼’의 존재를 믿게 된다. 그리해 바르트는 슬프고, 조국도 슬프다.”
사진비평가로 활동하는 부산외대 이광수 교수는 국민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사진이라고 평가했다.
“한 손으로 케익 든 고개 숙인 조국의 사진, 사진비평가의 눈으로 볼 때 노무현의 눈물 못지 않은 감성의 힘을 가지고 있다. 널리 널리 퍼나르고, 활용하여 다양하게 쓰면 좋겠다. 국민 마음 흔들 수 있다.”
케이크를 든 조 장관의 뒷모습 사진은 다양하게 변주돼 퍼져나가고 있다. 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대검찰창 앞에서 열리는 검찰개혁 촛불집회에서도 포스터와 깃발 등에 이 이미지가 사용될 예정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