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 소송을 추가로 제기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도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국내 기업 간의 배터리 전쟁이 격화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LG화학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자사업 미국법인을 ‘특허침해’로 제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4월 LG화학이 미 ITC와 델러웨이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두 회사의 소송전이 추가 소송과 고소전이 거듭되면서 점점 격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추가 소송 건은 내용을 분석해 법적인 절차에 따라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에서 “소송에 명확하고 정정당당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경쟁사와 계속된 소송·분쟁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면서 과열 경쟁에 따른 데서 비롯됐다.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인력이 76명에 이르면서 인력유출이 영업비밀 유출로 이어졌다는 게 LG화학의 주장이다. 이는 LG화학이 지난 4월 미 ITC와 델러웨이 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데 근거로 제기됐다. LG화학은 “30년간 배터리 사업을 하며 쌓은 LG화학의 노하우가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에 고스란히 넘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10일 국내 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30일에는 LG화학과 LG전자가 특허를 침해했다며 ITC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맞불을 놓았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권 침해 맞소송을 예고했고,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LG화학은 이번 특허 소송에 대해 “경쟁사 등으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경우 정당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특허로 맞대응하는 글로벌 특허소송 트렌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에 따르면 구체적인 소송 내용은 이렇다. ITC에 2차전지 핵심소재 관련 특허를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소재, 부품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하고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에는 특허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LG화학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분석한 결과, 해당 배터리가 당사의 2차 전지 핵심소재인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을 심각하게 침해해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미국특허 5건 모두 2차전지의 핵심소재 관련 ‘원천특허’여서 사실상 회피설계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원천특허는 관련 기술 분야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건을 권리로써 갖고 있는 특허를 말한다. 향후 다른 발명자들이 이 특허의 내용을 적용하지 않고서는 동일한 기능과 작용 효과를 얻기 곤란한 특허다.
LG화학은 “자사가 보유한 2차 전지 특허 수(국제특허분류 H01M 관련·3월 기준)는 1만6685건에 이르는데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LG화학은 특허를 무단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으로 2017년 ITC에 ‘ATL’을 SRS 특허침해로 제소하고 라이선스 등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근 두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의 회동으로 반전이 기대되기도 했으나 오히려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 LG화학 신학철 부회장과 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이 만났으나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다음날인 지난 17일 경찰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LG화학이 지난 5월 SK이노베이션을 산업기술 유출 방지 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었다는 사실까지 뒤늦게 확인됐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