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방위백서, 독도 충돌시 ‘자위대’ 전투기 출격 가능성 첫 시사

입력 2019-09-27 13:52 수정 2019-09-27 14:24
독도. 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독도 상공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긴급발진(스크램블) 시킬 가능성을 올해 펴낸 방위백서에서 처음으로 내비쳤다. 방위백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이 실린 것은 올해가 15년째이지만 군사적 행동을 시사하는 도발적 표현을 넣은 것이다. 외교부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히고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를 초치했다.

일본 정부의 이런 인식은 올해 7월 중국과 러시아 폭격기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가 독도 인근 한국 영공을 침범하자 한국 공군 전투기가 경고 사격으로 대응한 사건에 대한 설명에서 엿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방위백서의 ‘우리나라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한 조치’라는 항목에서 이 사건을 소개했다.

방위백서는 이 사건에 관해 “러시아 A-50 조기경계관제기 1기가 시마네현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영해 상공을 침범하는 사안이 생겼다”고 서술했다. 이어 “그때 한국 전투기가 당해 러시아기에 대해 경고 사격을 했다. 우리나라는 영공침범을 한 러시아 정부 및 러시아기에 대해 경고 사격을 한 한국 정부에 대해 외교 루트를 통해 항의했다”고 썼다.

러시아 군용기가 한국 영공을 침범한 것이며 주권국인 한국이 이에 대응한 것인데 일본은 이 구역이 자신들의 영공이라는 일방적 주장을 전제로 한국군의 대응까지 문제 삼은 것이다. 이는 당시에도 알려진 내용이지만 함께 기술한 대응 원칙을 보면 단순히 과거 사건에 대한 기술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방위백서는 이 사건이 포함된 소항목인 ‘영공침범에 대비한 경계와 긴급발진(스크램블)’에서 일본이 규정하는 영공 침범 행위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항공자위대뿐이라면서 “자위대법 제84조에 기반을 두고 우선적으로 항공자위대가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위대법 84조는 외국 항공기가 국제법규나 항공법 등을 어기고 일본 영공에 침입하면 방위상은 자위대가 해당 항공기를 착륙시키거나 쫓아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지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방위백서는 올해 7월 독도 상공에서 벌어진 사건을 중국 군용기나 러시아 군용기에 맞서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발진한 사례들과 병렬적으로 배치했다.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 열도에 중국 군용기가 접근하면 항공자위대 전투기가 긴급발진하듯 여건이 갖춰지면 독도에 관해서도 유사한 대응을 하는 방안까지 선택지로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이 독도를 실효적으로도 지배하는 상황에서 당장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으나 외국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해 한국군이 대응하는 등 군사 충돌이 벌어지면 일본은 이를 빌미로 자위대를 출동시키는 등 독도 영유권 주장을 행동으로 옮길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27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일본 방위백서가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것에 대해 강력 항의하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부당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 한일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일본 정부의 부당한 주장이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우리 주권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하며, 독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 국장대리는 미바에 다이스케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대리(정무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국방부는 이날 중으로 일본이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데 대해 일본 국방무관을 초치하고 엄중히 항의한다는 방침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