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들 때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나의 마음을 알아줄 때만큼 위로가 되는 순간이 또 있을까?
14년 간 지극히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하다 육아 휴직을 내고 아내와 함께 육아에 동참한 남편이 있다. 이때부터 SNS에 ‘그림에다’라는 필명으로 가족의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그림에다 작가는 힘들어하는 아내에게 닭살스러운 멘트나 미사어구로 마음을 녹이는 스타일은 아니다. 육아에 참여하면서 비로소 보인 아내의 시선이 머문 자리를 그리고, 그제야 알게 된 아내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글을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엄마가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툴고 어려운 아내를 향해 “집에서는 아이에게 엄마의 역할을 못 다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 가득 안고 있지만 당신은 잘 하고 있습니다”라며 위로하고 “때로는 상처가 없는 맨살에 밴드를 붙인다. 어쩜 마음의 상처도 밴드라는 걸로 아물 수 있을지도. 아내에게도 하나 붙여 줘야겠다”고 읊조리기도 한다.
전작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뻔하지만 이 말밖엔’에 이어 최근에 발간된 신간 ‘너에게 사랑을 배운다’는 여러 계절을 보내며 단단한 가족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연히 부모가 아이를 키우게 될 거란 생각. 실상은 아빠를 아빠로, 엄마를 엄마로, 키우고 있는 시간이기도 하단 걸 알았다. 어쩌면 세 아이가 보호자 없이 함께 자라고 있는 셈이다.
- ‘너에게 사랑을 배운다’의 ‘너는 나의 보호자’ 中 -
작가는 아내의 수고로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함께 늙어가는 것에 감사하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저 나의 마음을 알아주길 바랐던 아내들에게는 가슴 뭉클한 울림이, 바쁘다는 핑계로 육아에 소홀해왔던 남편들에게는 아내를 향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피어나올 수밖에 없다.
아이를 통해 어릴 적 부모로부터 사랑받던 기억을 종종 떠올린다는 그림에다 작가는 부모가 아이에게 늘 사랑을 준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오히려 아이에게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렇듯 ‘너에게 사랑을 배운다’는 육아하는 아빠의 솔직한 이야기와 아내를 향한 연민, 고마움, 아이와 함께 단단한 가족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 등이 담담하지만 진솔하게 묘사돼 오늘도 힘겹게 하루를 이겨가고 있는 부모들에게 커다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디지털기획팀 이세연 lov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