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강화군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은 돼지농장이 5곳으로 늘어나면서 돼지 살처분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강화 지역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검토하고 28일 정오부터 경기 북부 권역 축산관계 차량의 다른 권역 이동을 차단할 예정이다.
인천시는 27일 국내에서 아홉번째로 돼지열병 확진 판정이 나온 강화군 하점면 확진 농가 주변 3㎞ 반경에 있는 돼지 2820두를 살처분해 매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강화군에서 살처분됐거나 살처분될 예정인 돼지는 15개 농가 1만2584마리로 늘어나게 됐다. 이는 강화군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 3만8001마리 가운데 33%에 해당한다.
인천 전체 사육 돼지 4만3108마리의 29% 규모다. 강화군에서는 인천 사육 돼지의 88%가 사육되고 있다 보니 피해가 커졌다. 지난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국내 최초로 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강화도에서는 24일 송해면, 25일 불은면, 26일 삼산면 석모도·강화읍, 27일 하점면 등지에서 돼지열병 확진 농장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 나온 돼지열병 확진 사례 9건 중 최근 5곳이 강화군에 집중된 양상이다. 강화도의 경우 본섬이 아닌 서쪽 석모도까지 번진 데다 24일부터 사흘간 4차례나 확진 판정이 나와 우려를 더 하고 있다.
특히 축산차량 출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강화군 옆 석모도 폐농장에서도 확진 판정이 나옴에 따라 감염 원인이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강화군 양돈 농가들은 애지중지 키워온 돼지를 하루아침에 땅에 묻어야 하는 현실에 망연자실하며, 돼지열병이 강화도 전체 지역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살처분한 돼지에 대해 시세보다 더 높은 금액으로 보상해줘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축재해보험에는 돼지열병을 담보하는 상품이 없어 농가가 보험금으로 보상을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첫 확진 이후 11일째를 맞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기도 파주·연천에서 인천 강화로 중심축을 옮겨간 가운데 강화군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방역상황 점검 회의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9건 중 5건이 강화에서 발생해 강화군의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아직까지 경기 북부권역에서만 발생하고 있지만 엄중한 상황”이라면서 “모든 지자체는 1%라도 방역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 실행한다는 각오로 방역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여전히 농가 출입구 생석회 도포나 농장 출입제한 조치 등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정부는 내일 28일 정오부터 경기 북부 권역 축산관계 차량의 다른 권역 이동을 차단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내일 정오 일시이동제한 조치 해제 전까지 농가와 도축장 등 축산 관련 시설의 일제소독 등을 완료해달라”며 “축산관계자들은 축산 관련 모임과 행사를 연기·취소를 검토하고, 외부 모임과 행사 참여를 자제해 달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또 “축제와 같은 일반 행사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진행 여부를 판단하되, 방역 매뉴얼을 준수해 철저한 방역이 이뤄지도록 조치해 달라”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