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담원 김목경 감독 “우리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입력 2019-09-26 20:47 수정 2019-09-26 21:00

담원 게이밍이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참전한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 올라온 당해 연도에 이뤄낸 성과다. 담원은 28일 독일 베를린으로 넘어가고, 내달 2일부터 대회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치른다. 이곳에서 플라멩구 e스포츠(브라질), 로열 유스(터키) 등과 대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회 일정에 돌입한다.

담원 김목경 감독은 첫 롤드컵을 즐기되,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겠다는 각오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영등포의 담원 숙소에서 만난 김 감독은 “LCK 팀끼리 결승에서 만났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롤드컵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나.

“우리는 ‘롤드컵을 즐기되, 보여줄 수 있는 건 전부 보여주자. 하고 싶은 것 다 해보자. 그 대신 우리가 잘하는 것은 유지하고 결국엔 이기는 게임을 하자’는 마인드로 연습하고 있다. 선수들이 긴장하고 있지는 않다.

해외로 가는 만큼 컨디션 관리도 유의하고 있다. 유럽은 일교차가 크다고 하더라. 지금도 건강관리를 위해 잘 때는 에어컨을 제습 모드로 켜놓는다. 감기에 걸리는 일을 염려해서다. 잘 먹고 잘 자기만 해도 괜찮더라. 선수들을 잘 먹이면서 옷도 두툼한 거로 준비하고 있다.

-이번 조 추첨식 결과는 어떻게 평가하나.

“어느 팀이 와도 우리는 상관없다. 다만 플레이-인 스테이지 정도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룹 스테이지는 B조 아니면 D조 편입으로 확정됐다. 누가 봐도 B조가 가장 약해 보이고, D조는 재미있겠지만 힘들어질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는 어느 조에 가도 충분히 8강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간 우리가 해왔던, 우리의 게임을 준비하면 된다. 조는 신경 쓰지 않겠다. 다만 8강에서 LCK팀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LCK 팀들이 모두 상위 라운드에 오르면 집안싸움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다 같이 1등이나 2등으로 그룹 스테이지를 통과하는 게 LCK 팀끼리는 편할 것이다. 사실 LCK 팀 상대로는 다전제에 대한 부담이 있다. 우린 ‘LCK 팀보다 G2를 만나는 게 좋다’는 마인드다. G2와는 아직 붙어보지 않았으니까.

우리는 LCK보다 해외 팀을 상대하는 쪽이 더 유리할 것 같다. 우리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공격적이고, 싸움에 특화됐다. 해외 팀들이 싸움을 많이 하는 편이지 않나. 우리는 싸움을 피하지 않는다. 대놓고 싸우는 건 자신 있다.”

-특별히 붙어보고 싶은 팀이 있나.

“G2의 전력을 아예 모른다. 그래서 붙어보고 싶다. LCK에 굴욕을 주기도 했고, 나름 세계 랭킹 1위라고 자부하니 무너트려 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LPL 팀들과는 연습 경기를 치러봐서 어느 정도 전력 분석을 했다. 유럽·북미와는 연습을 해보지 않았기에 더 붙어보고 싶다.”

-G2가 정말로 현시점에서 제일 강한 팀일까. 관계자들의 의견도 극과 극으로 나뉜다.

“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체감을 안 해봐서 그럴까. SK텔레콤 T1과 G2가 다시 붙는다면 SKT가 이길 것 같다. 우리도 LCK 팀을 만날 바에는 G2를 만나고 싶다. 우리가 실제로 붙어서 지지 않는 이상은 인정을 못 하겠다.”

-올해 롤드컵에 출전하는 LPL 팀들도 각자 개성이 뚜렷하다.

“지난해에 비해서는 전력이 약화됐다고 본다. 인빅터스 게이밍(IG)도 분위기가 좋지 않아 경기력이 떨어졌다. 로열 네버 기브업(RNG)도 ‘우지’ 지안 즈하오가 버티고 있지만 다른 포지션에서 하향된 면이 있다. 펀플러스 피닉스는 다른 지역 1시드에 비해 압도적인 포스는 없는 것 같다. 개성과 색깔은 있지만, 압도적인 강팀은 없다고 본다.”

-팀에서 특별히 활약을 기대하는 선수가 있나.

“롤드컵에서도 우리 플레이 스타일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상체 중심으로 스노우볼을 굴리겠다. 상체쪽에서 확실히 차이를 벌려주지 않을까 예상한다. 바텀이 상체에 비해 비교적 약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절대 못 하는 선수들이 아니다. 바텀도 밸런스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지만, 상체는 압도적으로 이길 자신이 있다.

상체 3인방 모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쇼메이커’ 허수 선수를 지목하고 싶다. 지금 허수의 기량이 많이 올라와 있다. 완성단계에 가깝게 접어들었다. 롤드컵에서도 잘해줄 거로 기대하고 있다.”

-허수가 이번 서머 시즌에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작년까지만 해도 ‘애매한 선수’ ‘1부 리그에서 잘할까’같은 소리를 들었다. 스프링 시즌에도 잘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서머 시즌을 앞두고는 누굴 만나도 ‘허수를 기대해달라’는 얘기만 했다. 연습 과정에서 확신이 생기더라. ‘허수가 무르익었구나. 이제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저와 김정수 코치가 기대한 것 이상을 보여줬다.

‘캐니언’ 김건부도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솔직히 올해까지는 건부가 제 기량을 전부 보여주기 어려울 거로 예상했다. 그런데 ‘너구리’ 장하권과 허수가 워낙 잘해줘서 건부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었다.

-김건부는 연습생 생활도 한 적이 없어 팀 게임이 처음이었다고 들었다.

“2부 리그도 안 뛰어봤던 선수다. 리그 경험 자체가 처음이었다. 신인을 발굴하려면 결국 모험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유망주는 어린 나이, 10대 때 실전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습생 생활이 길어지고 20대 초반이 되면 성장이 멈춘다.

정글러를 선발할 때는 성격을 많이 본다. 지식을 잘 흡수하는지, 본인 의견이 확실한지.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온라인에서 아무리 잘해도 실전에서 기량 발휘를 못 한다. 확신이 없어서 겁을 먹고, 흐지부지하게 정글만 돌다가 지는 경우가 많다. 본인만의 철학이 있고, 그게 확고해야 한다. 건부는 주관이 확고하다. 제일 어린데 맏형 같고, 고집도 있다.”

-승격 첫해 LCK 성적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였나. 롤드컵에서 기대하는 성적은.

“만족스러웠다. 포스트 시즌 2번 가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적으로 담원의 롤드컵 진출을 기대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우리도 무조건 가야 한다는 압박감은 느끼지 않았다.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자는 각오로 연습했다. 그러면 성적과 롤드컵은 따라오게 돼 있으니 경기력에만 신경 쓰자고 선수들에게 시즌 내내 얘기했다. 목표치를 한참 넘어선 시즌이었다.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LCK보다 롤드컵에서 더 보여줄 수 있는 게 많다’고 얘기하더라. 롤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로 항상 생각해왔다. 지난 여름 ‘LoL 리프트 라이벌즈’에 꼭 가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한데, 선수들이 해외 팀을 무서워하지 않더라. 경험 없는 풋내기일 때가 사고 치기 제일 좋지 않겠나.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나 부담을 줄 생각은 없으나 내심 기대하고 있다. 그룹 스테이지에서 떨어져도 실망하진 않겠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성적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LCK 팀을 일찍 만나지 않는다면 4강 또는 그 이상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롤드컵에 출전하는 포부를 알려달라.

“롤드컵 포부라는 건 생각 안 해봤는데.(웃음) 우리 팀을 포함해 LCK 팀끼리 결승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현재로선 다른 각오가 없다. LCK에서처럼 매 경기 피드백을 거쳐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팬들이 실망하지 않는 경기를 펼치겠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