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정무수석 “檢에 조용히 수사하라 했는데, 말 안 들어”

입력 2019-09-26 20:36
바른미래당 “검찰 압박 사실을 자랑하듯 실토” 비판

강기정 청와대 민정수석이 26일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니 검찰에 수사를 해도 조용히 하라고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했다”며 “그러나 검찰은 그 말을 듣지 않고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르는 회담을 하는 시간에 우리가 봤던 일을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참모가 검찰의 지난 22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한 것이다. 조 장관 집 압수수색은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한 지 하루 뒤 이뤄졌다.

강기정 정무수석이 26일 전남 순천시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균형발전 정책박람회'에 참석해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수석은 이날 전남 순천시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열린 ‘2019 대한민국 균형발전 정책박람회’ 기조강연에서 “수사를 해야 하나 마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검찰도 대한민국의 구성원이고 공무원이라면 의도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고 언급했다.

강 수석 발언대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조 장관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뜻이 전달됐다면 수사 외압 내지 개입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강 수석은 강연 뒤 취재진이 검찰에게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했다는 뜻인지를 묻자 “알아서 생각하시라”고 답했다.

그는 이후 페이스북에 “검찰에 직·간접적으로 다양하게 전달했다는 것은 당시에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과 당에서 쏟아졌던 다양한 발언을 말한 것이다”라는 해명 글을 올렸다. 이어 “검찰 관계자 중 저한테 직·간접적으로 연락받은 분이 있다면 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바른미래당은 “정무수석이 대놓고 검찰에 압박을 가했다는 사실을 자랑하듯 실토하는 걸 보니 정말 이 나라의 법치가 땅바닥을 뒹굴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이 정부는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좌고우면하라’는 말을 어떻게 이렇게 당당하고 뻔뻔스럽게 할 수 있는지, 그 사고의 근원이 궁금하기만 하다”며 강 수석 사퇴를 요구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