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우파의 거두’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 타계

입력 2019-09-26 20:12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궁을 떠나며 국미에게 작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AP뉴시스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이 별세했다. 향년 86세.
시라크 전 대통령의 사위인 프레데릭 살라 바루는 26일(현지시간) "시라크 전 대통령이 이날 아침 가족들이 주위에 있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현지 언론에 발표했다.

1932년 파리에서 태어난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의 대표적 엘리트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공무원 생활을 거쳐 62년 조르주 퐁피두 총리의 참모로 정계에 입문했다. 67년 35세에 국회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이후 농림부 장관, 내무부 장관을 거친 뒤 74년 41세에 총리로 발탁됐다.

우파 정치세력의 지도자로 떠오른 시라크 전 대통령은 76년 드골주의를 계승한 ‘공화국을 위한 연합(RPR)’정당을 창당했다. 이듬해 파리시장에 당선된 그는 95년 대통령궁에 입성할 때까지 18년간 파리시청을 교두보로 우파정치를 이끌었다.

그는 대선에서 3수 끝에 대통령이 됐다. 81년과 88년 두 차례 대선에 출마했지만 정치 베테랑인 프랑수아 미테랑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86년 총선 승리로 총리가 되어 미테랑 대통령과 좌우동거내각을 구성해 2년간 불협화음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96년 미테랑 대통령이 타계했을 때 특별담화문을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2007년 대통령궁을 후임 니콜라 사르코지에게 물려주고 떠날 때까지 ‘강한 프랑스’의 재건을 꿈꿨다. 집권과 동시에 미테랑 대통령이 금지시켰던 핵실험을 재개하고 국유화한 기업들을 다시 민영화시켰다. 또 미국 중심이던 NATO체제를 프랑스‒독일 중심의 유럽 중심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는 재임기간 중 대통령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헌법 개정을 했고, 2002년 5년 임기의 대선에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2003년엔 식민통치 후 40년 만에 프랑스 대통령으로는 처음 알제리를 공식 방문했고, 국제 무대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반대하는 국가들의 선봉에 섰다.

정치인으로서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그는 면책 특권이 끝난 뒤인 2011년 파리시장 시절의 공금횡령 사건과 유죄선고를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건강 악화로 최근 몇년간은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