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준비 ‘자동봉진’ ‘자소설’ 과연 사라질까

입력 2019-09-26 18:29

교육부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비교과 영역 활동 실적을 반영하지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학종의 변화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학종은 서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에서 비중이 큰 대입 전형이어서 학생·학부모 관심도가 높다.

교육부 관계자는 26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특혜 의혹으로) 학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매우 커졌다. ‘검토’라고는 했지만 전면 폐지를 염두에 두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부모 능력과 인맥 같은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학생부 비교과 영역, 자기소개서 등을 과감히 개선한다. 비교과영역 폐지 등 모든 대책을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비교과 영역으로 이른바 ‘자·동·봉·진’을 지목했다. 자율활동과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 활동의 첫 글자를 딴 줄임말로 학생부의 ‘창의적 체험활동’ 부분에 기재하는 세부 영역을 가리킨다. 특히 봉사 및 동아리 활동의 경우 부모 인맥 등 사회적 지위가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교육부는 이밖에도 이런 실적이 주로 쓰이는 자기소개서도 폐지를 추진하기로 했다. 자기소개서 역시 ‘자소설’로 불리며 비판 대상이 돼왔다. 교육시민단체 등에서는 이런 실적이 부모 개입·사교육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실천교육교사모임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합의문을 전날 교육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문제는 학종이란 제도 도입의 취지가 퇴색한다는 점이다. 학종은 교과 성적과 동시에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 발전가능성 등을 두루 본다. 대학이 학생의 기본 지식 수준뿐만 아니라 잠재력을 평가해야 하는데 비교과 활동 실적을 전부 배제해 버리면 결국 교과 성적 중심의 평가가 될 것이란 우려다.

이에 대해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종이 내신도 보고, 교과별 교사들이 세부 특기사항도 원고지로 100여장을 써주고, 담임 교사도 종합의견을 써준다”면서 “그런 것들로도 학생의 성장 경로나 발전 가능성, 수업 태도 등을 학종이 살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즉 교과 교사들이 작성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담임교사가 작성하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서 나타난 학생의 특성을 평가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교사들이 작성한 학생에 대한 평가를 대학이 얼마든지 평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차관은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 성적을 정량 평가하는 것이고 학종은 이런 항목을 정성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입시전문가들은 대학들이 다른 방식을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면접 비중을 높이거나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 기준을 강화하거나 정시 비중을 높이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고교 격차는 엄존하는 현실이다. 정기고사 문제 수준이 다르다”면서 “상위권 대학 입장에선 변별력 확보를 위해 최저학력 기준 강화나 면접 비중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어 수학 영어를 중심으로 교과 사교육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수능보다 중간 기말고사가 훨씬 암기시험”이라면서 고교 내신 강화를 반대하기도 한다.

교육부는 당장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박 차관은 “비교과 영역 폐지 여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서 11월 중에 최종 발표한다”며 “대입 개편 4년 예고제에 해당하는 중장기 방안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