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내셔널포스트는 24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메이 녹색당 대표가 길거리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사진 두 장을 나란히 게재했다. 원본인 왼쪽 사진에는 메이 대표 손에 종이컵이 들려져 있었으나 오른쪽 사진에는 금속 빨대가 꽂힌 플라스틱 텀블러로 바뀌어 있었다. 때문에 녹색당 측이 메이 대표가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숨기려 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메이 대표는 당직자가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고 사진을 수정했다고 인정하며 사과했다. 메이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직원이 그런 실수를 했다는 데 사과한다”고 말했다. 메이 대표는 당시 자신이 썩는 재질로 된 친환경 종이컵을 들고 있었다면서 “원본 사진에도 숨길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런데 왜 포토샵을 쓴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녹색당 측은 당직자가 홍보 차원에서 당 로고가 새겨진 텀블러를 대신 그려 넣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메이 대표가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은폐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메이 대표는 성명에서 “나는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플라스틱 병에 담긴 물도 마시지 않는다”며 “나는 재사용 가능한 커피잔을 항상 휴대하며 식기도 대나무 재질로 쓴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캐나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들어 정치인의 일회용품 사용에 대한 경각심이 부쩍 늘었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진보 성향 정부는 2021년 초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지난 6월 밝혔다. 직후 트뤼도 총리가 참여한 회의에서 테이블 위에 플라스틱 식기 등 일회용품이 잔뜩 널브러진 사진이 공개돼 정부가 솔선수범을 못 한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