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트럼프에 일본 농산물시장 개방 ‘선물’

입력 2019-09-26 17: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에서 새로운 무역협정서에 서명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재선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70억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농산물시장 개방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두 정상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1차 무엽협정을 체결했다고 미국과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이번 무역협정에 따라 일본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거나 삭감해 약 70억 달러(약 8조3900억 원)에 달하는 농산물 시장을 추가로 개방하게 됐다. 미국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밀, 치즈, 옥수수, 와인 등이 대상이다. 이미 52억 달러어치 농산물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 상황이어서 일본에 수출되는 미국산 농산물의 90%가 혜택을 보게 됐다. 내년 1월 1일부터 발효되는 이번 협정의 최대 수혜자는 트럼프 대통령 지지기반인 미국 남부다. 트럼프 대통령도 “미국 농부와 목장주들의 엄청난 승리다. 나에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협정에 따라 일본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거나 없애기로 했다. 공작기계·잠금장치·증기터빈·자전거·악기 등에 매겨온 관세가 철폐되거나 식감될 전망이다. 양국은 전자책, 비디오,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400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부과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디지털 무역협정안도 별도로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 협정이 “양국에 ‘윈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이 미국에 강력히 요구했던 자동차 관세 인하는 이번 협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일본산 자동차가 제외될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등을 포함한 차기 협상은 조만간 개시될 예정이다.

NHK는 “이번 협상에서 미국 측이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아 (자동차 관세에 대한) 결론이 미뤄지게 됐다”면서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협상에 적극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교도통신을 비롯해 대부분의 일본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압박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일본이 많이 양보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이번 협정에 서로 만족감을 표시했지만 전문가들은 조기 합의만을 중시해 성과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자동차, 일본은 쌀 등 서로 민감한 품목을 협상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위협을 단기간 지연시킨 것이 전부다. 게다가 이번 1차 협정으로 미국에 내놓을 카드가 없어진 만큼 2차 협정을 위한 협상은 한층 어려울 전망이다.

일본 언론은 대체로 이번 1차 협정 서명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을 전달하며 아베 내각에 대한 비판을 삼가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네티즌들은 “어디가 윈윈이냐. 일본의 일방적 패배다” “국민들에게 ‘한국 때리기’ 몰두시키고 정부는 이런 협상을 했다” “아베가 트럼프랑 친하다고 자랑하는데, 친한 것 맞나?” 등으로 비꼬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