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동문 단체 등이 일본군 위안부를 일종의 매춘이라 발언하고, 수업 중 질문을 한 학생에게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라고 말해 성희롱 논란이 빚어진 류석춘 사회학과 교수의 파면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연세민주동문회·사단법인 이한열기념사업회,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등은 26일 오후 ‘연세인 2차 성명서’를 내고 “매국적 망언을 자행한 류 교수를 파면해 더럽혀진 연세대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문회 측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연세대 동문 3275명이 서명한 명단을 연세대 총장에게 제출했다.
이들은 “연세대 교수가 강의 시간에 인류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을 ‘자발적 매춘부’로 매도하고 조롱했다”며 “피해자들뿐 아니라 사회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심각한 상처를 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연세대는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마땅한 징계는 파면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파면이 아닌 어떤 처벌도 언젠가 류 교수가 다시 강단에 돌아와 똑같은 망언을 하도록 허용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세대는 류 교수로 인해 매국의 망언이 판치는 대학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며 “불명예를 씻어내기 위해서라도 파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연세민주동문회 등은 “류 교수의 망언은 수준 이하의 몰지각한 매국적 발언이며 교육의 중립성을 규정하고 있는 교육기본법을 어긴 망동”이라며 파면을 요구하는 1차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류 교수 연구실 문에는 ‘연세대는 대학인가 학원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적힌 종이가 붙었다. 작성자는 ‘류석춘 교수의 정치적 파면에 반대하는 사회학과 학부생’으로 돼 있다.
이 작성자는 “외부 권력기관과 다수의 힘에 기대 소수의 담론을 설파하는 학자를 보복하는 데 앞장서는 것은 비겁하다”며 “다양성이 보장되는 대학이라는 환경 덕분에 학생들은 교수가 던지는 여러 의제를 자유롭게 비판하고 검증하며 토론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원에는 토론, 소신, 가치관을 위한 자리는 없고 오직 정답과 오답만 있다”며 “대학은 아무리 논란이 되는 주제도 학술적 이성으로 접근하고 자유롭게 논쟁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이날 오후 3시 연세대 백양관에서 열린 교양과목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그는 강의실로 가는 중 취재진의 질문에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학생들의 파면 요구가 있다’라는 질문에는 “학생들이 오늘은 나를 도와주는 것을 붙였던데”라고 답했다.
류 교수는 앞서 연세대 학보사인 ‘연세춘추’와의 인터뷰에서 “잘못한 게 있어야 사과하는데, 사과할 일이 없다”며 “‘궁금하면 (학생이) 한 번 해볼래요?’라는 말에서 ‘조사를’이라는 목적어를 쓰지 않았을 뿐인데, 매춘을 권유했다고 해석하고 나를 파렴치한 인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바 있다. 류 교수는 자신의 발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