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트럼프와 아베, 한·미·일 3자 안보협력 중요성 논의”

입력 2019-09-26 17:0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 뉴욕에서 가진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일 정상이 논의했다는 한·미·일 안보협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가진 미·일 정상회담에서 1단계 미·일 양자 무역합의에 서명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해 “한·일 관계가 안보 분야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면서 “일방적으로 (종료가) 통보돼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이날 미·일 정상회담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두 정상이 한·미·일 3자 안보협력 문제를 논의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뉴욕에서 지난 23일 열렸던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지소미아 종료 등 한·일 관계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스탠스는 한·일 사이에 낀 미국의 고충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의 균열을 우려해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지소미아 문제를 꺼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부당하다고 호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겉으로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가 자국 안보에 별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속내는 다르다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일본 당국이 최근 북한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2차례 이상 탐지하지 못했다고 보도한 것도 일본 정부 입장에선 아픈 대목이다.

이에 따라 백악관은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언급했다는 원론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우려와 실망을 표출하고 한국 정부에 재고를 촉구했던 미국도 이 정도 수위의 표현은 한국 정부를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백악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긴밀한 우정과 중추적 동맹을 재확인했으며 협력 심화 지속을 약속했다”면서 “두 정상이 이란과 북한 관련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양자 현안을 논의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미·일 정상의 북한 관련 논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실무협상 재개 등 현 상황을 아베 총리에게 전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일 북핵 협상 수석대표들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처음으로 24일 뉴욕에서 만나 북미 실무협상 재개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백악관은 이어 “두 정상이 1단계 미·일 양자 무역합의 서명을 자랑스러워 했으며 가능한 한 빨리 포괄적 합의의 공동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모멘텀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뉴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다. 아베 총리는 또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포함한 자유무역의 틀에 “완전히 일치한다”고 억지 주장을 펼쳤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아베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일 관계 악화의 배경이 된 징용 피해자 소송 문제 등에 대한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한국 정부가 징용 소송에 따른 한·일 청구권협정 위반 상태를 방치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의 책임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