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메시지에 침묵하는 北, 실무협상 전 의미 분석하는 듯

입력 2019-09-26 16:56
문재인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인터콘티넨털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답변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미 정상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내놓은 대북 메시지에 북한이 일체 반응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가진 한·미 정상회담을 필두로 북한을 향해 대화 재개 요구와 비핵화 촉구 메시지를 쏟아냈다. 양측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하겠다’고 밝히는 등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상당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비무장지대(DMZ)를 ‘국제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성장 잠재력을 내세우며 비핵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북한은 26일 오전까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안전보장과 대북제재 완화 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이달 초 자신들이 먼저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나타냈고,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내보이라고 요구했기 때문에 이번 유엔총회에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대했을 것”이라며 “한·미 정상회담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의 기조연설에서도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한국과 미국 정상의 메시지와 그 의도를 면밀히 분석하기 위한 ‘전략적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특히 급작스럽게 전개되고 있는 ‘트럼프 탄핵 정국’이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북한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실무협상을 앞둔 북한이 한·미 정상의 메시지와 현 정국에 대해 차분히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남·대미 비난이 아닌 침묵을 선택한 것은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미로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