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선전매체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조건 없는 정상회담’ 제안에 “파렴치와 몰염치의 극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한 적대적인 정책부터 바꿀 것을 주문했다.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6일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하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 제목의 글에서 “우리에게 추파를 던지는 일본의 행태는 파렴치와 몰염치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며 “후안무치한 섬나라 족속들과 무턱대고 마주 앉는데 전혀 흥미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아베 총리가 뉴욕 유엔 총회 일반토론 연설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하고 싶다”고 말한 것에 대해 거절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매체는 아베 총리가 이 같은 제안을 한 것이 ‘일본소외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봤다. 매체는 “시대착오적이며 구태의연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일삼아온 일본이 조선반도 정세의 극적인 변화로 인해 주변 나라들과 국제사회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며 갈수록 외토리 신세로 전락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일본은 ‘일본소외론’ ‘모기장 밖의 신세’의 오명을 털어버리고 동북아시아정세, 조선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배’에 타보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최근 일본 정부가 재일조선학교와 조선유치원 등을 무상교육정책 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방침 등을 지적하며 “일본이 우리와 마주 앉겠다고 말할 체면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우리민족끼리는 일제 식민통치 만행과 아베 정부의 과거사 미화 등의 대북 적대정책에도 불만을 토로하며 “과거사 청산과 대조선 적대시정책 철회가 없는 조일 대화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매체는 “일본은 죄악의 족쇄를 풀고 밝은 세상에로 나오기 위한 첫걸음이 무엇인가를 깊이 새겨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지난 1월 국회 시정방침 연설과 5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도 “김 위원장과 만나서 솔직히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다”거나 “여러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과감히 행동하겠다”며 북일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표명해온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과 대외매체들을 통해 과거사 청산과 적대정책 전환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