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암 발병은 KT&G 책임”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 대책 촉구

입력 2019-09-26 15:13 수정 2019-09-27 14:11
집단 암 발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26일 서울 KT&G 사옥 앞에서 KT&G의 책임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제공.

집단 암 발병으로 신음하고 있는 전북 익산 장점마을 주민들이 ‘KT&G’에 대한 책임 추궁에 나섰다.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와 정헌율 익산시장은 26일 서울에 있는 KT&G 사옥을 항의 방문해 “장점마을의 암 집단 발병에 대한 책임을 져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우리 마을의 암 집단 발병은 KT&G가 마을 인근의 비료공장에 위탁 처리한 연초박(담배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 처리 과정에서 나온 발암물질이 주요 원인”이라며 “환경부가 이런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KT&G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민간 연구기관이 조사한 결과 이 비료공장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신탄진공장의 연초박 2242t을 반입하여 비료 원료로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며 “KT&G는 이 공장이 법적 기준에 처리할 능력이 있는지, 적정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재철 익산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장(왼쪽에서 두 번째)과 정헌율 익산시장(세번째) 등이 26일 KT&G의 책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KT&G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 제공.

주민들은 “집단 암 발병 사태에 대해 지금까지 단 한마디 사과의 말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KT&G를 규탄한다”며 “KT&G는 그동안 연초박 매각 내역을 공개하고 주민들에 대한 피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들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KT&G에 대한 국정감사를 요청했다.

주민들은 이날 KT&G 책임자와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KT&G는 현재 이 사태와 관련해 익산시가 감사원 감사를 받고 있어 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점마을에서는 2001년 인근에 (유)금강농산이 들어선 후 주민 97명 가운데 30명이 폐암과 간암, 위암 등에 걸렸다. 이 가운데 17명이 이미 숨을 거뒀다.

주민들은 결국 2016년 8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거리로 나왔다.

환경부는 지난 6월 이 마을에 대한 주민 건강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암 발명은) 인근 비료공장과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인과관계는 모른다”고 밝혀 주민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국민일보 6월26일 보도.)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