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홍콩 인권법’ 통과…中 “외세의 간섭 구걸” 비난

입력 2019-09-26 14:58
미국 성조기를 들고 시위하는 홍콩 학생들.AP뉴시스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이 미국 상·하원 외교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미국이 매년 평가를 통해 관세나 무역 등에서 홍콩에 특별지위를 계속 부여할지 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별 지위를 철회하면 홍콩 경제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중국은 이에 대해 “심각한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하며 “(반중 세력의)반역은 역사의 치욕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2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는 25일(현지시간)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며 곧이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도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본회의에 회부돼 10월14일 ‘콜럼버스 데이’ 직후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고, 홍콩의 기본적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는데 책임 있는 사람에게는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 소속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은 “법안 통과는 홍콩인들의 민주주의 항쟁에 대한 우리의 지지를 보여준다”며 “천안문 학살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중국은 여전히 폭력과 위협으로 보편적인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홍콩의 자유와 자치를 침해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과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 등은 지난 6월 홍콩 시위에 중국군의 개입 우려가 커지자 ‘홍콩 인권법’을 발의했다. 미국은 지난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홍콩에 관세와 투자, 무역, 비자발급 등에 있어 중국 본토와 다른 특별대우를 하고 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은 홍콩 인권법 통과에 대해 거친 용어를 써가며 강력 반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문답을 통해 “(법안 통과는) 공공연하게 홍콩의 급진 세력과 폭력배를 부추기며 중국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하는 것으로 중국은 강력한 분개와 결연한 반대를 표한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법안 통과는 급진 세력의 기만을 조장해 홍콩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고 중국뿐 아니라 미국의 이익까지 해치게 될 것”이라며 “홍콩은 중국 내정으로 어떤 외국 정부나 세력의 개입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미 의회와 일부 정치인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운 홍콩 관련 법안은 반중 세력과 소수 폭도의 기를 북돋우고 홍콩의 난국에 기름을 붓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성명은 이어 “홍콩의 반중 분자들이 외부 세력의 간섭을 구걸하고 있다”며 “이런 반역은 많은 애국자의 외면을 받고 역사의 치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