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냉이 아보카도로 착각하고 먹은 여성, 심근증 진단

입력 2019-09-26 11:44 수정 2019-09-26 14:55
고추냉이. iStock

한 이스라엘 여성이 고추냉이를 먹은 뒤 심근증 진단을 받았다. 고추냉이가 심근증 증세를 일으킨 사례가 보고된 건 세계 최초다.

‘영국 의학 저널 사례 보고’(BMJ Case Reports)는 지난 20일 발표한 ‘고추냉이 섭취로 촉발된 타코츠보 심근증: 스시가 가슴을 아프게 할 수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 사례를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 여성 A씨(60)는 결혼식에 참석해 음식을 먹다 고추냉이를 으깬 아보카도로 착각했다. 작은 숟가락에 담긴 고추냉이를 한입에 털어 넣은 A씨는 먹는 순간 무언가 잘못됐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고추냉이를 섭취한지 얼마 되지 않아 A씨는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통증은 곧 팔로 옮겨갔다. 몇 시간 동안 증세는 가시지 않았다.

A씨는 그날 아픔을 참으며 잠에 들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도 여전히 어딘가 불편했고 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병원을 찾은 A씨는 심전도(ECG) 검사를 통해 타코츠보 심근증을 진단받았다.

‘영국 의학 저널 사례 보고’(BMJ Case Reports)에 올라온 보고서. BMJ 페이지 캡처

타코츠보 심근증은 심장 모양이 일본에서 문어나 낙지를 잡는 항아리인 타코츠보와 같이 부풀어 오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상심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 이별, 불안과 같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직면했을 때 나타나는 신체 증상군이다. 1990년 일본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50세 이상, 폐경 후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 호흡곤란, 속이 메스꺼워지는 증상이 동반된다. 심근경색과 증상은 비슷하나 검사 결과에서 심혈관의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는 증후군이다.

보고서에서 연구원들은 “우리가 아는 한, 이는 고추냉이 섭취가 타코츠보 심근증의 유일한 원인으로 보고된 첫 사례”라고 밝혔다. 기존 상심증후군은 주로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과민성 쇼크)와 연관돼 있었다.

A씨는 안지오텐신전환효소(ACE) 억제제와 베타 차단제로 치료를 받은 뒤 회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