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꿈이었던 중3, 뇌사로 7명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되다

입력 2019-09-26 11:34 수정 2019-09-27 14:07


지난 추석 연휴에 불의의 사고로 뇌사에 빠진 중학교 3학년이 7명에게 장기를 기증해 소중한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나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6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에 따르면 지난 9월 15일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새벽 2시, 부산에 거주하는 중3 임헌태군이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고 지난 21일 중증 질환자 7명에게 폐, 심장 , 간(분할), 췌장, 신장(좌·우)을 각각 기증했다.

가족들은 임군이 착하게만 살아왔기에 마지막 가는 길도 좋은 일을 하고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장기 기증에 동의했고 인체 조직도 기증했다.

가족들은 “처음엔 뇌사 상태인 아이에게 또 다른 아픔을 주는 건 아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어린 나이에 떠나는 아들의 몸 일부라도 어딘가 다른 사람의 몸 속에서 살아 숨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증 결심했다”고 밝혔다.

임군은 공부도 상당히 잘 했고 리더십도 좋아 친구들 사이에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격투기 선수와 사범을 한 아버지의 운동신경을 닮아서 농구 축구 등 모든 스포츠도 잘하고 즐겼으며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활발한 친구였다.
장래 검사가 돼 나쁜 사람을 잡고 착한 사람들에게 도움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했다.

임군의 아버지는 “열 다섯살 나이로 사랑하는 아들을 떠나보내야만 했지만, 다른 누군가를 살리고 그 몸속에서 다시 살아 숨쉰다는 것을 믿고 살아가겠다”며 “사랑한다는 말을 많이 못 해준 것이 지금 와서 많이 후회되고 아픔으로 다가오지만, 언제나 멋지고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KODA 조원현 원장은 “중학생 어린 나이에 가족과의 이별로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며, 숭고한 생명나눔을 실천해주신 가족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다른 이를 위해 장기와 인체조직 기증 모두를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임군이 남에게 선행을 베풀고 가는 사람으로 모두가 기억했으면 한다”는 바램을 전했다.

임군은 지난 23일 친구 50여명, 가족과 마지막 이별을 하고 부산 추모공원에 묻혔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