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청탁에 합격한 건 명백” 강원랜드 해고 정당 판결

입력 2019-09-26 10:17 수정 2019-09-26 10:21
게티이미지뱅크

가족 등 지인의 부정 청탁으로 강원랜드에 채용됐던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강원랜드 해고자 A씨가 “정당한 해고라고 본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2~2013년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대규모 채용 청탁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난 후 해고 당사자들이 줄줄이 제기한 소송 중 판결 난 첫 번째 사례다.

A씨는 2012년 겨울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에 합격한 320명 중 한 명이다. 인턴과 계약직, 정규직 등으로 신분을 바꿔가며 2018년까지 5년 넘게 근무했다.

그러나 2015년 강원랜드가 진행한 감사 결과 당시 선발 과정에서 광범위한 채용 비리가 이뤄진 것이 포착됐고, A씨도 혜택을 보고 채용된 사람 중 한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아버지가 중학교 동창이자 강원랜드 팀장을 지낸 B씨에게 채용을 청탁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리는 회사 임원, 관련 기관, 국회의원 등이 청탁을 하면 이들이 추천한 응시생들의 전형별 점수를 상향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2012년의 경우 최종 합격자 320명 가운데 A씨를 포함한 295명이 ‘청탁 리스트’에 올라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부정 합격자의 퇴출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A씨의 채용이 취소되자 그는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부정행위가 이뤄진 사실을 자신은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교육생 선발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합격할 수 없었으나 점수 상향 조정 등으로 합격할 수 있었음이 인정된다”며 “이는 아버지의 청탁 덕분에 청탁 대상자가 관리해 주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비록 원고가 부정행위 절차를 몰랐더라도, 그 이익으로 불공정하게 선발됐음이 명백한 이상 규정상 직권면직 사유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자신의 채용이 폐광지역 주민의 우선 고용 의무를 준수하기 위한 것이었다거나, 직권면직 처분에 징계 시효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강원랜드는 공공기관으로 채용 절차에 기대되는 객관성·공정성의 수준이 높다”며 “각종 특례를 받아 상당한 이익을 거두고 있으므로 상응하는 사회적 기여를 할 책무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럼에도 합격자 중 92%가 청탁리스트에 의해 관리됐을 정도로 지역 사회에 채용 청탁이 만연했고, 합격자를 자의적으로 바꾸는 믿기 어려운 방식의 대규모 부정행위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부정행위로 반사 이익을 얻어 합격하고 5년간 근무하는 혜택을 누렸고, 아버지에 의해 청탁이 이뤄졌으므로 A씨가 책임에서 자유로운 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단지 부정행위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는 사정을 들어 근로관계를 유지할 것을 회사에 기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