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조사해달라’고 한 트럼프…‘탄핵 위기’ 속 공개된 통화 녹취록

입력 2019-09-26 05:50 수정 2019-09-26 10:5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조사 외압’을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미국 백악관은 25일(현지시간) 두 정상이 지난 7월25일 통화한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은 A4용지 5장 분량이다. 녹취록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의 아들과 관련한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개인 변호인인) 루돌프 줄리아니와 미국의 법무부 장관과 함께 협력할 것을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은 기소를 막았다고 자랑하고 다녔다”며 “당신이 이것을 조사해줄 수 있다면…(중략)이는 내게 끔찍한 소리다”라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의를 베풀어줬으면 한다”며 “당신에겐 좋은 검사가 있는데 (수사가) 중단됐다. 정말 불공평한 일이다. 많은 사람이 해당 사안을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것에 대해 신경 쓰겠다. 우리에게 제공할 추가 정보가 있다면 (수사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나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많은 것을 해왔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독일은 당신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직 말뿐이다”라면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그는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매우 매우 잘해왔다”고 강조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상호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100%, 1000% 동의한다”면서 “미국은 (크림반도 강제 병합 관련)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어떤 유럽국가들보다 큰 우크라이나의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7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대통령 부자의 의혹에 대해 조사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은 2014년 우크라이나 최대 천연가스회사 부리스마홀딩스 이사가 됐고 수십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2016년 3월 현직에 있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페틀 포로셴코 당시 대통령에게 미국의 10억 달러 보증 철회를 거론하며 부리스마 비리를 수사하려던 빅토른 쇼킨 검찰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는 지난주 미국 언론들이 정보기관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수사를 종용했다고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에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부인해왔다. 그러나 통화 며칠 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자 통화 녹취록 공개를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인 녹취록 공개 직후 뉴욕 유엔 총회 기자회견에서 “어쨌든 압력은 없었다. 미국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이다”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민주당 측은 트럼프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탄핵 공세를 이어갔다.

미 하원은 “대통령의 헌법상 책무 위반”이라며 공식 탄핵절차 착수를 선언했다.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녹취록 그 자체가 ‘스모킹 건”이라며 “만약 대통령 측근들이 이런 사건을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일로 생각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위험에 빠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