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전시중단 어쩔 수 없어…표현의 자유 제한 아니다”

입력 2019-09-25 20:54
지난달 일본에서 진행된 아이치트리엔날레 '표현의 부자유전-그후'에 전시됐던 평화의 소녀상. 연합뉴스

일본 아이치(愛知)현에서 진행된 전시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 것을 두고 검증위원회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논란이 예상된다. 검증위 측은 반대 세력의 지속적인 항의에 따라 위기관리 차원에서 이뤄진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입장이다.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은 25일 일본 아이치현이 구성한 검증위가 전시 중단 결정에 대해 “위기관리상 정당한 이유에 토대를 둔 것”이라며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검증위는 소녀상을 일본에 선보였던 ‘표현의 부자유전(不自有展)·그 후’의 중단 문제를 다루기 위해 구성됐다.

나고야TV는 검증위가 “전시 중단 결정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제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검증위는 이날 아이치현청에서 열린 회의에서 이런 내용의 중간 보고서를 정리했다.

검증위는 소녀상이나 쇼와(昭和·1926∼1989) 일왕의 초상이 불타는 모습이 담긴 영상 작품 등 우익세력의 항의가 집중된 전시물에 관해 “작가의 제작 의도 등에 비춰보면 전시하는 것 자체에 문제는 없는 작품”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제작 배경이나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며 ‘정치성을 인정한 가운데 치우치지 않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또 이번 전시회는 ‘큐레이션(기획 방식)의 실패’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지난달 3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이 '평화의 소녀상'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검증위는 이번 전시에서 많은 항의가 이뤄진 원인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이들은 사흘간 이어진 전시에서 행사장 내부는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였으나 전시물을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단편적인 이미지만 보고 조직적으로 전화해 주최 측을 공격한 것이라고 봤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검증위는 “조건이 갖춰지는 대로 (전시를) 속히 재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도 전시회를 재개하는 조건으로 전화나 팩스 등에 의한 협박이나 공격 위험 회피, 전시 방법이나 해설의 개선, 사진촬영이나 SNS에 의한 확산 방지 등을 내걸었다.

한편 검증위는 전시회 중단 결정을 두고 외국 작가들이 ‘테러 대책이나 안전 관리를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운 사실상의 검열’이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의사소통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표현의 부자유전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을 꼬집는 전시회인 만큼 검증위가 내건 ‘사진 촬영이나 SNS에 의한 확산 방지’ 등의 조건은 전시회의 취지와 반대되는 것이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