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초저가’ 경쟁 후끈

입력 2019-09-25 17:05
한 소비자가 이마트에서 상시적 초저가 제품으로 선정된 '국민생수'를 카트에 담고 있다. 이마트 제공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초저가’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형마트 3사는 생수, 휴지 등 생활필수품 뿐 아니라 우유, 와인, 가전제품 등으로까지 초저가 경쟁을 넓히고 있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초저가 경쟁은 이마트가 포문을 열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초저가’로 승부할 것을 주문하면서 올 한해 유통업계의 핵심 이슈 중 하나는 초저가가 됐다. 상반기에는 이마트 등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성공적인 초저가 모델을 만들기 위해 구조개선 등 사전 작업을 진행했다면,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경쟁 체제로 돌입했다.

이마트는 일종의 마케팅 차원에서 반짝 할인 행사를 펼치는 대신 상시적 초저가 품목인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제품군을 지난달부터 선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싸게 물건을 사고, 기업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유통 구조 개선을 통해 만든 초저가 모델이라는 게 이마트 설명이다. 생수, 비누, 칫솔, 물티슈, 수건 등 생필품 위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의류건조기, 김치냉장고 등 생활가전제품까지 더해지면서 초저가 경쟁의 폭이 넓어졌다.

이마트의 가격 공세는 다른 대형마트로까지 번졌다. 최근에 시장을 달군 품목은 ‘생수’였다. 이마트가 2ℓ짜리 생수 6병을 1880원에 내놓자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의 생수를 내놨다. 롯데마트는 같은 용량의 생수를 1650원에, 홈플러스는 1590원에 판매하기로 했다.

다만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일주일 동안 한시적인 할인 행사라는 점에서 이마트의 상시적 초저가 시리즈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이 높은 생필품으로 고객을 모으는 데는 롯데마트나 홈플러스의 전략도 유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초저가 와인’ 경쟁을 펼쳤다. 750㎖짜리 와인 한 병을 4000~5000원 정도면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낮췄다. 여름 내내 맥주 4캔 1만원 미만, 8캔 1만5000원 미만 행사도 수시로 이어졌다.

롯데마트의 초저가 제품 중 하나인 '온리프라이스 1등급 우유'가 2년6개월만에 2500만개 이상 팔렸다. 롯데마트 제공

우유도 초저가 경쟁 품목으로 떠올랐다. 롯데마트는 2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온리프라이스 1등급 우유 2묶음을 사면 엘포인트를 20배 적립해주는 행사를 진행한다. 사실상 정상가에서 10% 할인을 해주는 행사다.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PB)인 온리프라이스의 1등급 우유(930㎖)의 누적 판매량은 2년 반 만에 2500만개를 기록했다.

초저가 경쟁은 실적으로도 확인된다. 이마트가 1880원짜리 초저가 ‘국민워터’를 출시한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 동안 생수 판매량은 총 41만병(낱개 기준)으로 같은 기간 2ℓ짜리 생수 전체 판매량의 50%를 차지했다. 이마트는 10개월 안에 400만개가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의 상시 초저가 품목인 물티슈가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냈다고 보고 있다. 이마트가 물티슈 매출을 분석한 결과, 구매 고객의 70%는 6개월 동안 이마트에서 해당 제품을 산 이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가격 물티슈는 출시 26일만에 1년 보증 물량의 10%가 넘는 57만개가 팔렸다. 7~8개월 지나면 협력업체와 계약한 물량(500만개)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노재악 이마트 상품본부장은 “근본적인 유통구조를 혁신함으로써 독보적 가격경쟁력을 갖춘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상품들이 매출, 신규고객 창출 등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일단 소비자들을 점포로 끌어들이고, 최대한 오래 머무르게 한다’는 전략을 펼치는 상황에서 초저가 생필품은 상시적이든 한시적이든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