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나치” “정신질환자”…‘환경소녀’ 툰베리에게 막말 한 어른들

입력 2019-09-25 17:00 수정 2019-09-25 17:23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담에서 연설하는 스웨덴 출신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연합뉴스.AP통신

유엔 연설 후 세계적 스타로 떠오른 스웨덴 출신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에게 비난과 조롱도 잇따르고 있다.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연설자로 나선 툰베리는 기후변화 해결에 미온적인 세계 정상들을 질타해 화제가 됐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폭스뉴스는 툰베리를 “정신질환자”라고 부르며 비난을 쏟은 패널 마이클 놀스의 프로그램 출연을 영구 정지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뉴스는 놀스를 대신해 툰베리에게 공식 사과했다.

놀스는 툰베리의 연설 다음날 폭스뉴스의 저녁 뉴스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석해 “기후운동은 과학적이지 않다”며 "과학적인 것이라면 과학자들이 이끌어야지 정치인들이나 부모, 국제적 좌파에 이용되고 있는 정신질환자 아이가 할 짓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다른 패널이 “부끄러운 줄 알라”며 제지해 중단됐다. 해리스 폴크너 폭스뉴스 앵커는 놀스에게 “당신은 성인이고 지금 아이를 공격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마이클 놀스.유튜브 채널 'contemptor' 캡쳐

‘정신질환자’ 발언은 툰베리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해 테드(TED) 강연에서 11세에 아스퍼거 증후군을 진단받았다고 밝혔다. 이 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사회적관계 형성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기 쉽지만 지적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특정 분야에 몰입하는 성향을 가진 탓에 일반인보다 뛰어난 지식수준을 갖춘 경우도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툰베리를 조롱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24일 정상회의에 짧은 시간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밝고 멋진 미래를 고대하는 아주 행복한 소녀 같았다. 보기 좋다!”고 적었다.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를 결정할 만큼 기후변화 문제에 보수적인 시각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의견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같은 ‘조롱 트윗’에 툰베리는 트위터 자기소개말을 “밝고 멋진 미래를 고대하는 아주 행복한 소녀”로 바꾸며 응수했다. 자신을 향한 조롱을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메시지로 바꾼 셈이다.

툰베리를 조롱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트위터 캡쳐

툰베리의 트위터 자기소개.트위터 캡쳐

툰베리는 기후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로부터 수차례 비슷한 공격을 당해왔다. 정치평론가 디네시 지수자는 툰베리를 나치 선동가에 비유했고, 세바스찬 고르카 전 트럼프 행정부 차관보는 “이 자폐증 아이를 세뇌시킨 어른들은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툰베리는 23일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정상들을 향해 “당신들이 빈말로 내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다”며 인상적인 연설을 남겼다. 그는 “우리는 멸종의 시발점에 서 있지만 당신들은 돈과 경제 성장에 대해서만 얘기한다”며 ”미래 세대가 당신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리를 망치려고 한다면 결코 당신들을 용서하지 못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박실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