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과 5년 함께 산 ‘고무통 살인’ 부부에게 내려진 판결

입력 2019-09-25 16:31
연합뉴스

지인을 폭행해 숨지게 한 뒤 시신을 고무통에 담아 수년간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부부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정성호)는 25일 살인치사죄와 사체은닉 혐의로 A씨(28)에게 징역 15년, A씨 전 남편 B씨(28)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이들이 시신을 숨기는 것을 도운 A씨 남동생 C씨(26)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을 내렸다.

부부는 2014년 12월 부산 남구에 있는 피해자 D씨(당시 21)의 원룸에서 D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C씨의 도움을 받아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넣어 자택으로 옮겼다. 이후 고무로 된 물통 안에 담은 뒤 세제와 시멘트 등을 부어 은폐하고, 이를 5년간 보관한 혐의도 있다. 또 부부는 D씨에게 조건만남 등 성매매를 강요했으며 돈을 가로채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은 부부가 올해 초 이혼한 뒤 탄로 났다. A씨가 지인과 술을 마시다가 “시신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놨고, 지인이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D씨는 2014년 6월 경북 한 제조공장에서 만난 직장동료 사이다. 절친한 사이로 지내던 두 사람은 같이 부산으로 내려와 지냈다. 그러던 중 A씨는 남편 B씨와 D씨가 불륜 관계로 발전한 것을 목격한 뒤 앙심을 품었고, 이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애초 부부를 살인죄로 기소했었다. 그러나 법원은 직권으로 공소장을 변경해 상해치사죄를 적용했다. D씨 시신이 백골 상태로 발견돼 정확한 사인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게 이유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어린 나이에 자신의 인생을 펼쳐볼 기회도 없이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며 “피해자의 상해 부위나 정도, 저항 능력 등을 비추어 볼 때 정신적·육체적 고통이 얼마나 극심했을지 가늠조차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에 대해 “범행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피해자를 성매매시키고 장기간 반복적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시했다. B씨의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범행을 주도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의 건강이 쇠약해지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제대로 된 조처를 하지 않고 오히려 상해를 가했다”고 지적했다.

C씨에 대해서는 “시신 운반에만 가담했으며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받은 적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