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진상규명위)는 군 사망 사고 703건을 접수해 13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진상이 규명된 13건 중 김모 병장 사건은 사망한 지 34년 만에 사인(死因)이 밝혀진 것이었다. 김 병장은 1985년 6월 순찰근무 후 초소에 있던 수류탄 1발을 몰래 가져가 스스로 폭파시켜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김 병장은 전역을 8개월 앞두고 있었다. 군 수사 결과는 ‘불우한 가정환경, 장기간 GP 근무로 인한 군 복무 염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진상규명위는 A선임하사가 김 병장 엉덩이를 삽자루로 때리거나 원산폭격을 시키는 등 가혹행위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A선임하사는 폭발 사고 몇 시간 전에도 김 병장에게 욕을 하며 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모 일병은 1985년 7월 경계근무를 서다가 갖고 있던 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군 수사 결과에 따르면 김 일병은 족구를 하다가 무릎을 다친 뒤 한동안 ‘근무 열외’를 하면서 느꼈던 죄책감과 군 복무에 대한 염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진상규명위 조사 결과, 김 일병은 상병 B씨에게 구타를 당해 입은 부상으로 근무에서 빠졌던 것으로 파악됐다. 진상규명위는 “선임병들로부터 기합을 받는 등 ‘부대 내 부조리’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당시 군 헌병대는 이러한 구타나 가혹행위 사실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김 병장과 김 일병 등 12명에 대해 순직으로 재심사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또 6·25전쟁 발발 후 전투에 투입됐다가 포탄 파편에 부상을 입어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박모 소위에 대해 전사(戰死)로 재심사할 것을 국방부에 요청했다. 진상규명위는 “이 사건의 경우처럼 더 이상 전투에 참가할 수 없는 중상자라는 이유로 군 병원에 입원 중임에도 강제로 소집 해제를 시키고 전사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9조는 ‘국방부 장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진상규명위의 재심사 요청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상규명위는 지난해 9월 이 특별법 시행으로 출범했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진상규명위 출범 이후 접수된 703건 중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619건은 조사 중이며 71건은 각하·취하 등으로 종결됐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