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대 시세차익이 기대되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아파트 재건축 ‘래미안 라클래시’에 만여명이 몰렸다. 올해 서울에서 청약을 받은 아파트 중 경쟁률로는 2위다. 최소 현금 10억원은 있어야 분양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금 부자들의 ‘청약 잔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4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래미안라클래시는 이날 112가구 모집에 1만2890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15.0대 1을 기록했다. 모든 주택형에서 1순위 해당 지역 청약을 마감했다.
최고 경쟁률은 전용면적 84㎡A형에서 나왔다. 26가구 모집에 3758명이 청약해 144.5대 1을 나타냈다. 전용 71㎡C형은 8가구 모집에 1002명이 청약해 125.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 84㎡B형(116.6대 1), 84㎡C형(101.7대 1), 71㎡A형(101.2대 1), 71㎡B형(93.9대 1) 등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달 대우건설이 동작구 사당동에서 분양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 1순위 평균 경쟁률인 203.75대1에 이어 두 번째다. 이 단지는 89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1만8134명이 신청했다.
세자리수를 넘었던 강남 분양 아파트는 2016년 8월 ‘디에이치아너힐즈’(100.6대 1)이 있었다. 당시 63가구 모집에 6339명이 신청했다.
래미안 라클래시는 3.3㎡당 평균 분양가 4750만원(가중평균 방식 기준)에 분양보증을 받았다. 전용 71㎡의 경우 13억100만∼14억5500만원, 전용 84㎡의 경우 15억5300만∼16억6400만원으로 책정됐다.
모든 가구가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해 중도금(분양가의 60%) 대출이 불가능하다. 당첨자는 계약금(분양가의 20%)과 중도금 등 전체 비용의 80%를 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주택형은 계약금이 3억원을 넘는다. 현금으로 최소 10억원 이상은 있어야 계약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반분양이 전용 84㎡ 이하 중소형으로만 나와 100% 가점제로 당첨자를 선정한다. 무주택으로 1순위 청약통장을 보유한 현금 보유자들이 분양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1만3000명 가까이 청약을 신청한 이유는 시세 차익 때문이다. 삼성동 주변 단지들의 시세는 20억~25억원을 형성하고 있다. 분양가를 고려하면 5억~10억원까지 차이가 난다. 더군다나 새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시세 차익은 더 커질 수 있다.
이 아파트의 당첨자 발표는 다음 달 2일, 정당계약은 같은 달 15∼17일이다. 입주는 2021년 9월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 청약시장이 갈수록 현금부자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정부의 잇단 가격 규제로 시세 보다 수억원 싼 아파트가 나오지만 대출 규제 탓에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고는 청약도 못하는 ‘규제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현금 부자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