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는 LG 트윈스의 우완 정우영(20)이 꼽혔다. 그런데 KIA 타이거즈의 우완 전상현(23)이 올 시즌 급상승한 구속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적을 끌어올리며 시즌 막판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급부상했다.
전상현은 25일 현재 55경기에 나서 58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4패) 14홀드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 중이다. 최근 10경기 10이닝을 소화하며 무실점 행진 중인 전상현의 평균자책점은 어느새 정우영(3.23)보다 낮아졌다.
프로야구 규정에 따르면 신인왕 자격은 등록 5년 이내로 투수는 30이닝 이내, 타자는 60타석 이내를 소화한 선수에게 주어진다. 2016년 데뷔한 전상현은 군복무를 거치며 지난해까지 1군 무대 13경기에 출장해 23⅔이닝만 던져 신인왕 자격을 갖췄다. 전상현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요즘 주위에서 신인왕 이야기가 나오지만 욕심은 없다”며 “제가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그저 결과를 기다릴 뿐이다”라고 겸손해했다.
올 시즌 전상현의 성적이 크게 오른 원동력은 단연 구속 증가다. 지난해 5경기 10⅓이닝을 투구한 전상현의 평균 직구 구속은 약 138㎞, 최고 구속은 144㎞ 가량이었다. 그런데 올 시즌은 약 143㎞로 크게 올랐고 최고 구속은 148㎞에 달한다. 피안타율은 지난해 0.380에서 0.207까지 떨어졌다. 한 시즌 만에 완전히 다른 투수로 변신한 셈이다.
전상현은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구속이 한 번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며 “프로 선수 생활 중에 ‘고관절을 제대로 활용하고 중심이동을 신경쓰라’는 조언을 꾸준히 들었는데 이제야 눈을 뜬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 시즌 첫 1군 등판 때 팬들의 함성 소리에 아드레날린이 솟아나더라. 그러면서 자신감이 생긴 영향도 컸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급상승한 구위가 인정받으며 전상현의 보직은 필승조까지 올라갔다. 첫 풀타임 시즌이 버거울 법도 하지만 날이 갈수록 오히려 성적이 좋아지고 있다. 전반기 피홈런 3개에 평균자책점 4.19를 기록한 전상현은 후반기 단 하나의 홈런도 맞지 않으며 평균자책점 1.85를 기록해 리그 최상급 불펜 투수로 올라섰다. 전상현은 “시즌 중 잠시 부진했을 때 두려움이 생겨 조금 피해가는 피칭을 하고 있었는데 전반기 막판 ‘후회 없이 한번 던져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어 “볼넷을 내주느니 안타를 맞자는 생각으로 던지니 오히려 성적이 더 좋아졌다”고 전했다.
전상현은 “올 시즌은 아프지 않고 끝까지 뛰는 게 목표였다”며 “첫 풀타임 시즌이라 배운 것도 느낀 것도 많다”고 회상했다. 구속과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단번에 잡은 전상현이 아쉬운 것은 역시 팀 성적이다. 리그 7위 KIA는 올시즌 내내 하위권을 전전하며 일찌감치 가을야구 다툼에서 멀어졌다. 전상현은 “다음 시즌에는 올해보다 더 잘하고 싶지만 무엇보다도 팀성적이 좋아서 포스트시즌에 나가게 됐으면 한다. 나도 보탬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전상현의 궁극적 목표는 마무리 투수가 되는 것이다. 전상현은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선배가 롤모델이라 어릴 적부터 꿈이 마무리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오승환 선배는 항상 나의 꿈이었지만 내 공이 빠르지 않아 현실적인 롤모델은 될 수 없었다”며 “이제는 구속이 올라오니 욕심이 난다. 꿈이 가까워지는 느낌이다”라며 웃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