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25일 “신남방 국가들은 단계적 성장을 원하지 않는다. 농업·경공업에서 정보기술(IT) 산업으로 개구리처럼 한 번에 뛰어 넘으려고 한다”며 “디지털 강국으로서 한국의 강점과 신남방 국가들의 발전에 대한 열망을 결합해 첨단산업 분야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보좌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2019 국민미래포럼’ 기조강연에서 “신남방 국가들은 30대 이하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이런 역동성이 스타트업 창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을 넘어 문재인정부 3대 경제기조 중 하나인 혁신성장 분야에서 한국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간의 협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주 보좌관이 언론사 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 보좌관은 저성장 기조가 전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일본의 무역 보복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신남방정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세안과 인도는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위주의 무역에 치중해 있는 한국에게 매력적인 시장이다. 주 보좌관은 “한국은 유니콘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이 9개인 반면 아세안은 8개, 인도는 19개나 된다”며 “아세안과 인도 개척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2017년 11월 인도네시아를 방문했을 때 신남방정책 추진을 처음 공표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년4개월 만인 이달 초 신남방정책 대상 11개국(아세안 10개국과 인도) 방문을 조기에 마무리하는 등 아세안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였다. 그 결과 2017년 1000만명이던 한·아세안 상호 방문객이 1년 만에 100만명 늘었고, 같은 기간 교역액도 100억 달러 증가했다.
주 보좌관은 “오는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한·메콩 정상회의를 통해 문재인정부의 신남방정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 내다봤다. 청와대는 회의 기간 동안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계획이다. 만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남북 경협과 신남방정책 간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주 보좌관은 “2020년 이후 ‘신남방 2.0’ 정책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남방 2.0으로 숙고 중인 주제는 신남방정책을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및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과 조화시키고, 신북방정책 및 한반도 신경제지도와도 연계시키는 방안 등이다. 주 보좌관은 “아세안에 비해 인도에 공을 덜 들인 측면이 있다”며 “다음 달 인도 측과 고위급 핫라인을 만들어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