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부진에 빠진 토트넘 홋스퍼가 이번엔 4부리그 팀에게 덜미를 잡혔다. 지난 시즌 이후 중심 선수들 뿐 아니라 감독까지 연루된 이적설로 혼란스러워진 팀 분위기가 부진의 이유로 꼽힌다.
토트넘은 25일(한국시간) 영국 콜체스터의 잡서브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 3라운드(32강) 경기에서 리그2(4부리그) 팀 콜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승부차기 끝에 패했다. 90분 동안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대 4로 져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주전 선수들에 휴식을 부여했다. 지난 주말 레스터 시티전과 비교해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모두 바뀌었다. 유망주 트로이 패럿(17)이 원톱 스트라이커로, 자펫 탕강가(20)가 수비수로 1군 경기에 데뷔했다. 해리 케인은 명단에서 제외됐고 손흥민, 크리스티안 에릭센 등 주전 선수들은 벤치에 앉았다. 비주전 선수들은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나선 콜체스터의 골문을 열지 못했다. 점유율(%)에서 75-25로 앞서는 일방적 경기였지만 유효슈팅을 4개밖에 기록하지 못한 저조한 결정력이 문제였다.
후반 20분 에릭센과 함께 투입된 손흥민은 연이어 날카로운 크로스와 슈팅을 시도해 답답했던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골문을 열기에 25분의 출전시간은 짧았다. 연장전 없이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토트넘은 1번 키커 에릭센과 5번 키커 루카스 모우라의 실축으로 결국 패했다. 최근 8경기에서 2승 4무 2패째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라커룸 분위기를 지적했다. 연이은 이적설로 마음이 뜬 선수들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 미러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불안정한 선수들이 있을 때는 항상 시간이 필요하다. 팀 내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레알 마드리드 이적 불발 후 경기력이 하락한 에릭센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동기부여를 잃은 건 포체티노 감독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포체티노 감독은 전날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 더 베스트 시상식에 참석해 레알 감독직에 대한 질문에 “언젠가는”이라고 답하며 여지를 남겼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