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한 상황에서 북한에 비핵화 이후 경제발전이라는 당근책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북정책 정책과 관련해 자신이 언급했던 ‘새로운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원론적 입장만 재확인하면서 신중한 스탠스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5분 동안 진행한 연설에서 북한을 거론한 대목은 1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그는 이란 문제를 언급하다가 북한 얘기를 꺼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영원한 적을 믿지 않는다”면서 “전쟁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가장 용기 있는 자들이 평화를 택할 수 있다는 것을 미국은 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그는 “같은 이유로 우리는 한반도에서 대담한 외교를 추구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나는 김정은에게 내가 진정으로 믿는 것을 말했다”면서 “이란과 마찬가지로 그의 나라(북한)도 엄청난 손대지 않은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북한은 비핵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목표는 끝이 없는 전쟁과 함께 가지 않는 것”이라며 말하면서 화제를 아프가니스탄 문제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체제 보장이나 제제 완화 등 북·미 협상에서 북한에 제시할 구체적인 내용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한반도’, ‘북한’, ‘김정은’을 각각 한 번씩만 거론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면서 ‘선(先) 핵포기, 후(後) 보상’을 내용으로 하는 리비아 모델의 폐기를 선언해 이번 연설에서 새로운 대북 접근법을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미국의 카드를 미리 꺼내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유엔총회에서 연설할 것으로 알려진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가 어떤 내용을 밝힐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은 취임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2017년 유엔총회 연설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고 ‘완전한 파괴’를 주장해 긴장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그러나 2018년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열렸던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대담한 평화를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톤을 바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동맹국들에 방위비 인상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은 모든 파트너가 엄청난 방위비 부담을 공정하게 분담할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을 향해 방위비 증액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