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의 핵심 개선방안으로 내세운 ‘사법행정자문회의’가 제 구실을 하려면 ‘회의록 공개’ 등 투명성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법원 내에서 나왔다.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대표회의)는 오는 30일 임시회의를 열고 주요 회의 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대법관회의·전국법원장회의에 대해 ‘회의록 공개 원칙 마련’과 ‘회의 안건 사전공개’ 등의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안건은 최근 법원 내부 통신망에 법관대표회의 산하 사법행정개선분과위원회 이름으로 올라왔다. 직전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밀실 논의’에서 비롯된 만큼 투명성 확보가 사법개혁의 대전제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26일 첫 사법행정자문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의 골자는 외부 인사를 논의 과정에 참여시켜 과거 대법원장·법원행정처에 집중됐던 사법행정권을 분산한다는 것이다. 자문회의는 법원 외부인사 4명을 포함해 대법원장과 법관 5명 등 10인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문제는 ‘사법행정자문회의 규칙(대법원 규칙)’은 회의를 원칙적으로 비공개하고, 의결이 있을 때 예외적으로 공개한다는 점이다. 회의록의 공개 여부에 대한 조항은 따로 없다. 법관대표회의가 회의록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한 부장판사는 “사법행정자문회의에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이유는 투명성 때문인데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절반의 공개에 그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용은 공개하되 사법발전위원회나 법관대표회의처럼 발언자를 익명 처리하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문회의 산하에 설치될 법관인사분과위원회 등 각종 분과위원회 역시 투명한 활동이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법행정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검토 작업이 분과위원회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회의 규칙은 ‘자문회의 개최 전이라도 회의의 효율적 진행을 위해 분과위원회에 연구·검토 안건을 회부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만약 분과위원회가 법관을 중심으로 불투명하게 운영되면 예전 행정처와 다를 게 없게 된다”고 말했다.
회의록을 공개해야 자문위원들이 ‘거수기’가 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문회의 규칙은 대법원장에게 의장직과 함께 위원 임명·해임 권한을 부여한다. 대법원장 권한이 지나치게 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법관대표회의에 참석했던 판사는 “회의록 공개없이 결과만 발표할 경우 대법원장 방향대로 논의가 진행돼 다른 위원들이 거수기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25일 “회의 내용 자체를 비공개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회의내용의 공개 수준에 대해서는 자문위원들이 논의를 거쳐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지난해 3~12월 사법개혁 방안 논의를 위해 사법발전위원회를 운영하면서 회의자료와 회의록을 전면 공개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