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침 치료, 태아 건강에 나쁜 영향 안 준다

입력 2019-09-25 11:18 수정 2019-09-25 11:37


임신 중 약물 사용에 대한 불안감이 큰 가운데, 임신 중 침 치료는 안전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문혜연 한의사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특성 공유 집단)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한 결과 임신 중 침 치료가 조산과 사산, 유산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3일 밝혔다.
해당 연구 논문은 ‘국제산부인과저널(An International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aecology)’ 9월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2003~2012년 임신 진단을 받은 여성 2만799명을 대상자로 삼았다. 이들 중 침 치료를 받은 임신부(침군)는 1030명(4.95%)이었으며 그렇지 않은 임신부(대조군)는 1만9749명(95.05%)이었다. 임신 기간은 첫 진단 시점부터 38주까지로 정했다.

먼저 두 군의 분만 결과를 비교하기 위해 임신 진단 후 유산 진단 코드가 없으면서 정상분만, 조산, 사산 진단 코드가 있는 임신부를 분석했다. 침 치료가 정상 분만과 조산, 사산에 영향을 줬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로지스틱 회귀분석(Logistic regression)을 시행했다. 나이, 소득수준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인은 보정했다.

침군 1030명 가운데 조산이 87명 발생했으며 사산은 없었다. 대조군 1만9749명 중에서는 조산이 1368명, 사산이 7명이었다.

침군에서는 사산이 발생하지 않아 조산의 경우만 대조군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침군과 대조군 간 분만 결과에서 조산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p=0.08).

또 침군과 대조군에서 당뇨, 고혈압 등을 지닌 고위험 임신부를 따로 분석했다. 침치료를 받은 고위험 임신그룹은 총 378명이었으며 그 중 27명에서 조산이 발생했다.

대조군에서 고위험 임신부는 총 6939명이었으며 456명이 조산했다. 고위험 임신에 대한 분석한 결과도 침군과 대조군의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p=0.66).

통계분석에서 활용하는 ‘P-값(P value, 유의확률)’은 통상 0.05보다 높으면 집단에 차이가 없고 변수끼리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해석한다.

침군의 정상 분만 및 조산 그룹에서 평균 횟수는 각각 3.58±5.68회, 4.28±4.73회였다. 침군의 정상분만 그룹에서 가장 빈번한 침치료 질환은 기능성 소화불량과 요통 등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연령과 소득수준 등으로 층화 분석한 결과 35세 미만과 35세 이상인 경우, 단태 임신의 경우, 소득 수준의 차이가 있는 경우에도 침군과 대조군 간 조산 위험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침의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침 치료는 화학적 약물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통증과 기능 제한에 신속한 개선 효과를 나타내 임신 중 흔히 겪는 근골격계, 소화기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침 치료는 임신 중 자연스럽게 겪는 소화불량, 요통 등에 즉각적인 효과를 보이면서도 무해한 게 밝혀졌다”면서 “임신부의 불편감을 완화시킬 수 있는 치료법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