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유엔본부 경제사회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린 마하트마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 고위급 행사 연설을 통해 “항구적 평화의 시대를 열고 있는 한국인에게 간디는 지혜와 용기를 주는 위대한 스승”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행사 참석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초청에 따른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5개국 정상과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유엔은 2차 세계대전의 참화를 딛고 억압받는 민족들의 독립과 세계평화를 위해 탄생했다”며 “자유와 평화를 위한 비폭력 저항의 상징 간디를 기리는 행사가 유엔에서 개최돼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간디 탄생 150주년인 올해는 한국의 3·1 독립운동 100주년이기도 하다”며 “100년 전 한국인들은 같은 시대의 간디와 인도인들과 함께 동지적 유대감과 희망을 나눴다”고 했다. 또 “‘사티아그라하’(비폭력 저항운동)로 인도를 이끄는 간디에게 존경과 축복을 보냈으며, 한 걸음씩 독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인도 국민에게 각별한 신뢰와 기대를 걸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신문들은 1930년 3월 간디의 ‘소금 행진’을 23일간 매일 보도했다”며 “한국인은 간디가 이끄는 인도의 비폭력 불복종운동에 깊이 공감했고, 3·1 독립운동의 감동을 전한 타고르 시와 동병상련의 메시지를 담은 나이두 시를 사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식민지 고난을 겪은 인도와 한국은 서로에게 영감과 용기를 준 해방의 동반자였다”며 “지금 인도와 한국은 양국이 공유하는 민주주의·공동번영의 가치를 기반으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는 간디 정신과 함께 더 나아지고 있다”며 “포용과 진실의 힘으로 ‘아파르트헤이트’를 극복한 넬슨 만델라, 1955년 몽고메리 버스 보이콧을 시작한 로사 파크스와 흑인 인권운동을 이끌었던 마틴 루서 킹, 1974년 벌목회사에 맞서 나무를 껴안고 노래를 불렀던 ‘칩코 운동’(껴안기 운동)의 히말라야 지방 여성들, 자신과 공동체, 자연과 생명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비폭력의 힘으로 폭력에 맞선 모든 이들이 ‘위대한 영혼’ 간디의 후예들”이라고 언급했다.
또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공동체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 민주주의 출발점”이라며 “‘희망을 가지지 않으면 아무것도 가질 수가 없다’는 간디 말처럼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희망을 간직하고 키워갈 수 있어야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