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 위해 쓰레기 버린 뒤 쓰레기 치운 황당한 진도군

입력 2019-09-25 08:00 수정 2019-09-25 08:01
'국제 연안정화의 날' 행사를 추진한 전남 진도군이 성공적 행사를 위해 쓰레기를 버린 뒤 다시 쓰레기를 치우는 황당한 퍼포먼스를 진행해 말썽을 빚고 있다.

진도군은 지난 20일 오후 고군면 가계해수욕장에서 ‘제19회 국제 연안 정화의 날’ 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문성혁 해양수산부장관과 전남도부지사, 해양환경공단, 수협, 어업인, 초등학생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외교부의 협조를 통해 처음으로 페테리스 바이바르스 주한 라트비아 대사 등 주한 외교단 30여명도 동참했다.

이들 참가자들은 해수욕장 인근에 버려진 폐스티로폼과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하지만 이들이 주운 해양쓰레기 상당부분이 진도군이 행사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전날 일부러 뿌려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주민은 "차량에 부표와 지주 등을 가득 싣고 와서 가계해수욕장에 펼쳐놓았다"면서 "행사 전날 백사장에 펼쳐놓은 쓰레기들이 간밤 썰물에 떠밀려 내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군은 당시 가계해수욕장에 1t트럭 6대 분량의 쓰레기를 뿌려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진도군도 인근지역에서 수거된 폐스티로폼 등 해안쓰레기를 옮겨와 정화활동에 사용했다고 시인했다.

군 관계자는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실제 체험해 보자는 취지로 한 행위가 물의를 일으키게 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향후 유사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진도군의 황당한 연안 정화활동이 알려지면서 행사에 참여했던 문성혁 해수부장관도 유감을 표명했다.

문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주최기관인 진도군이 행사전 일부 쓰레기를 해안에 놓아두는 불미스런 일이 있었던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실망감을 느꼈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번 일이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지라도, 거짓과 가장이 더해지면 행사의 취지마저 무색해지고 불신과 실망을 초래한다는 교훈을 다시한번 새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진도군은 올해 지난해에 비해 두 배가 넘는 해양쓰레기 수거 실적을 올리면서 해양수산부로부터 '해양쓰레기 관리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됐다.

진도=김영균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