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착] ‘잘렸으면 좋겠다’는 이국종 교수 마이크 빼앗은 보수단체

입력 2019-09-25 05:26 수정 2019-09-25 05:28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위한 탄원서를 쓴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가 자신을 규탄하는 보수단체 집회에 나타나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나는 정말 힘들다. 차라리 징계를 요구해 달라”며 성토했다. 주최 측은 이 교수의 발언이 이어지자 ‘가야한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발언을 계속했고 결국 주최 측은 마이크를 빼앗았다.

자유대한호국단 회원 10여 명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정문 앞에서 ‘이국종 교수 규탄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범죄자 이재명 선처해달라며 탄원서 제출한 이국종 교수를 규탄한다’는 플래카드를 걸고 “어떻게 항소심 재판에서 벌금 300만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지사를 선처해달라고 할 수 있느냐”며 이 교수의 탄원서를 비판했다.

이때 이국종 교수가 흰 가운과 수술용 파란 모자를 쓴 채 시위대 쪽으로 다가와 자신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참가자들의 발언을 한참 경청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 교수에게 발언을 요청했고 이 교수는 거절했다. 그러나 여러 차례 권유가 이어지자 이 교수는 결국 마이크를 잡았다.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당 단장이 “탄원서를 철회하라”고 발언하던 중 마이크를 잡은 이 교수는 시위대 앞으로 나갔다.

JTBC 영상 캡처

“나 때문에 시골 병원까지 내려와 다들 고생하는 거 같아 굉장히 자괴감이 많이 든다”고 운을 뗀 이 교수는 “그러나 동의하기 어려운 발언이 있다. 학자적 양심을 지키라고 했지만 사실 나는 욕 먹으며 일하는 ‘노가다’ 의사에 불과하다. 말단 노동자다”라고 말했다.

“오해가 있는데 정치적 성향을 떠나 평소 탄원서를 많이 쓴다. 가난한 환자가 병원비를 못 내면 보건복지부 심사평가원에도 맨날 탄원서를 보낸다”고 한 이 교수는 “이국종을 규탄하는 건 괜찮은데 환자 외래 공간 앞에서 하지 말고 그냥 내게 말하면 된다”며 병원 앞 시위는 삼가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이 교수는 “나는 정말 힘들다. 나에 대한 징계 요구를 하신다고 했는데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다”라며 “병원장이나 의료원장을 비롯해 의료원에 가면 나를 자르지 못해 안달 난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 일로 징계를 요구하면 신 나서 그걸 근거로 나를 자를 것이다. 나는 아주 지긋지긋하다”고 성토했다.

집회 주최 측은 “이 지사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한 이유만 말하면 된다” “그에 대해 해명만 해달라”고 재차 요구했지만 이 교수는 “(병원 경영진)에게 징계를 요구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이 지사 외에도 탄원서를 많이 쓴다”고 강조하며 “자세히 설명할 수 없으니 보여주겠다”고도 했다.

JTBC 뉴스 캡처

이 교수와의 설전이 계속되자 주최 측은 급하게 집회를 마무리했다. 주최 측은 “교수님 어려운 자리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마이크를 회수하려 했지만 이 교수는 이를 놓지 않고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이 교수는 “선생님들께서 굉장히 좋은 뜻으로 와서 하지 않냐. 우리 병원장이 직원들 시켜서 줄줄이 사진 찍어서 이국종이 때문에 병원이 X판됐다고 한다”며 “지난 16일 날 회의록 보여주겠다. 헬기 때문에 민원 몇 개 들어왔다고 자르겠다고 난린데…. 이런 거 하시면…. 잘렸으면 좋겠다. 잘리는 게 낫겠다”고 한탄했다. 이 교수의 한탄이 이어지자 주최 측은 “우리 정말 가야한다”며 결국 마이크를 빼앗듯 회수했다.

이 교수는 지난 19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항소심에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받은 것과 관련,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앞서 이 지사는 이 교수가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을 맡아 중증외상환자 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이후 응급환자를 위한 24시간 닥터헬기를 도입하는 것에 도 차원에서 협조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