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점입가경… 민주당에선 탄핵 주장 고조

입력 2019-09-24 18:0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갖기 전 대(對)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계획을 보류토록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 가족의 비리 의혹을 수사토록 하기 위해 군사 원조를 미끼로 삼았음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민주당에서는 탄핵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4억 달러(약 48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 계획의 실행을 보류토록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에게 지시한 바 있다고 23일(현지시간) 행정부 고위 관리 3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지시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통화하기 일주일 전쯤에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통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선 경쟁자인 바이든 전 부통령 아들의 비리를 수사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군사 지원은 친러 무장 세력과 전투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다. WP에 따르면 백악관 예산국은 7월 중순 열린 범부처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를 국무부와 국방부에 전달했다. 예산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원조 계획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꼭 필요한 사업인지 분석해주기를 바란다고 두 부처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군사 지원은 별다른 설명 없이 2개월 가까이 지체되던 끝에 지난 11일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가 집행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당시 의원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 승인을 받은 예산을 이유 없이 붙들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바이든 전 부통령 관련 의혹을 수사하라고 압력을 넣으려는 의도로 집행을 지연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압력을 넣었다는 내부 폭로가 나온 데 이어 군사 지원 보류 지시 시점과 액수까지 나오면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행정부 고위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을 보류한 건 우크라이나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달 말 회계연도 종료일이 임박하면서 결국 돈을 풀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기한 안에 돈을 쓰지 않으면 법 위반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행정부 내부에서 나오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러셀 보우트 백악관 예산국장 대행에게 지원을 허가했다고 한다. 이 관리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이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 관련 압력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과) 당시 완벽한 통화를 했다.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부인하며 민주당의 의혹 제기를 “마녀 사냥”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이 수치스러운 일을 했다”며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돈을 받았고 중국에서 돈을 받았다. 중국에게서 많은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한 안보 문제를 건드렸다며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탄핵 절차 개시에 반대해왔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최측근 의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WP 보도가 나오면서 민주당의 향후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