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BI 국장 2박3일간 비밀리 방한…이유는?

입력 2019-09-24 18:00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비밀리에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민갑룡 경찰청장을 만난 뒤 돌아갔다. 미 FBI 국장이 방한한 건 20년 만이다.

24일 경찰청과 대검찰청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레이(52) FBI 국장이 지난 22일 입국한 뒤 3일간 일정을 소화하고 이날 오후 출국했다. 레이 국장은 23일에는 민 청장을, 24일에는 윤 총장을 차례로 만났다. 그 외 다른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레이 국장의 방문은 미국 측 요청으로 출국 시점까지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청 관계자는 “미국 측에서 방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는 걸 많이 꺼렸다”면서 “이후 일정도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이 국장의 방한은 FBI 한국 지부 설립 20주년에 맞춰 이뤄졌다. FBI는 1999년 한국에 지부를 세웠다. 당시 미 FBI 국장으로는 처음으로 루이 프리 국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당시 천용택 국정원장과 김정길 법무장관, 박순용 검찰총장 등을 만났다.


경찰청 관계자는 “레이 국장이 아시아 권역을 방문하면서 한국을 첫 번째 순서로 방문했다고 안다”면서 “23일 경찰청 회의실에서 민 청장과 1시간 정도 공조 관련해서 의견을 교환하고 인근 식당에서 만찬을 나눴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지난달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합동교육을 실시하는 등 평소에도 FBI와 수사·교육, 국가안보 등 방면에서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레이 국장은 이날 윤 총장과 만나 두 기관의 공조 사례인 가상화폐 피싱 사기 사건과 관련해 대화를 나눴다. 해당 사건은 미국 서버를 이용한 피싱사이트를 개설해 가상화폐 ‘리플’ 9억원 어치를 빼돌린 피의자를 FBI의 협조로 검거한 사건이다.

당시 검거된 일당 3명은 미국 서버로 가상화폐를 세탁하는 등 방식으로 추적을 피했으나 FBI가 이들의 가상화폐 의심 거래내역 등을 포착해 한국 검찰에 수사정보를 제공, 끝내 덜미가 잡혔다. 해당 사건은 범죄수익 환수가 진행 중이다.

윤 총장은 레이 국장에게 “서민 다중에 피해를 주는 범죄는 검찰의 우선적인 형사 법 집행 대상”이라면서 “검찰은 형사처벌뿐 아니라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하여 피해를 회복시켜 주는 데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레이 국장은 2017년 8월 FBI 8대 국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10년이다. 앞서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법무부 형사국 담당 차관보를 지냈으며 이후 법무기업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중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의해 발탁됐다.

조효석 박상은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