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살사망자 급증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베르테르 효과’다. 연예인이나 정치인 등 유명인의 자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베르테르 효과만으로는 자살사망자 급증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점과 함께 정신질환자 관리가 소홀해진 점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자살사망자 급증 통계가 나오자 지난주 배포한 보도계획에 없던 설명회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었다. 복지부는 “2017년 12월부터 가수, 배우, 정치인 등 유명인의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이로 인한 모방 효과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13년 분석 결과를 인용해 유명인의 자살 후 2개월간 자살자 수가 평균 606.5명 증가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정부는 실업률이나 경제 상황의 악화는 자살 증가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한 사람의 자살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고립과 우울증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다. 모방 효과가 있었다는 건 유명인의 자살이 최후의 선택에 영향을 줬을 거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 입원 요건을 까다롭게 한 정신건강법 개정이 자살 급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그는 “자살사망자의 80% 이상이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며 “이들의 입원이 어려워지면서 관리가 소홀해진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권 교수는 “경제 여건 악화가 우울증으로 이어지므로 경제적 사유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성원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 방법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점을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최근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병원에 오는 자살시도자가 늘었다”며 “농약 판매를 관리해 자살률을 낮췄던 경험을 살려 자살 수단으로 사용되는 물품의 판매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