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또 도핑 조작 혐의…3주내 해명못하면 도쿄올림픽 참가못해

입력 2019-09-24 17:00
2014 소치동계올림픽 폐막식에서 러시아 메달리스트들이 함께 국기를 게양한 뒤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

또다시 조직적인 도핑 조작 혐의를 받는 러시아가 세계반도핑기구(WADA)로부터 ‘3주내’에 의혹을 규명하지 못할 경우 모든 스포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최후통첩을 받았다. 오는 9월 열리는 2019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공식 참여가 이미 좌절된데 이어 2020 도쿄올림픽과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출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

23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WADA는 “러시아 모스크바 반도핑 연구소(RUSADA)가 제출한 데이터베이스 상에서 ‘불일치들(discrepancies)’이 나타났다. 3주 내에 이 문제들을 설명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올림픽과 모든 세계 챔피언십 경기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배제될 위험이 있다”고 최후통첩을 내렸다. WADA 관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반도핑 연구소에서) 데이터가 삭제돼 왔다는 증거가 있다”며 “러시아 당국의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 반도핑 연구소가 지난 1월 WADA에 제출한 데이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WADA는 상임위원회에 이같은 의혹을 보고한 뒤 공식 조사를 천명했다. 데이터 조작의 내용에 대해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마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의 도핑 테스트 검사 결과가 조작됐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러시아의 국가적 도핑 조작 파문은 지난 2014년 12월 본격 제기됐다. 당시 독일 방송국에서 러시아 선수들이 집단적인 도핑에 연루됐다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것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WADA는 발칵 뒤집혔고, RUSADA 책임자였던 그레고리 로드첸코프가 도핑 조작의 배후로 몰렸다. 그런데, RUSADA가 폐쇄된 후 신변의 위협을 느낀 로드첸코프가 2015년 11월 미국으로 망명해 러시아의 도핑 실태를 폭로하면서 일파만파 커졌다.

로드첸코프는 2016년 5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도핑 약물을 만들어온 것과 함께 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 자신을 비롯한 도핑전문가들과 정보국원들이 러시아 선수들의 소변샘플을 바꿔치기하는 식으로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숨겼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로드첸코프의 주장을 부인했지만 WADA의 조사결과 사실로 확인됐다. IOC는 2017년 러시아의 회원 자격을 정지시켰고, 러시아 선수들의 모든 국제 대회 참가를 금지시켰다. 다만 예외를 둬서 도핑을 하지 않은 선수들만 개인 자격 출전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선수들은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라는 제한된 신분으로 출전했다. 이들 선수들은 유니폼에 러시아 국기를 달지 못했으며 메달을 따도 시상대에서 러시아 국가를 들을 수 없었다.

IOC는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러시아의 회원 자격 정지를 해제했다. 그리고 러시아는 지난 7월 말 “IOC로부터 2020년 도쿄올림픽에 참가해 달라는 초청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2017년 징계 사유였던 도핑 결과 조작과 유사한 일이 또다시 확인되면 내년 도쿄올림픽에도 출전이 제한될 전망이다. 2015년 국제 스포츠기구 가운데 가장 먼저 러시아에 징계를 내렸던 국제육상연맹은 최근 징계를 연장한 바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