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경제인회의 “한일 무역갈등 제3국만 이롭게 해”

입력 2019-09-24 17:00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장총협회 회장,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김윤 한일경제협회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 고가 노부유키 노무라 증권 회장. 연합뉴스

한일 경제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열린 한일경제인회의에서 경제인들은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51회 한일경제인회의 기조연설에서 “한일 간 갈등 심화는 상호 손실을 가져다 줄 뿐”이라며 “오히려 역내 제3국에게만 이익을 주는 역설적 상황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새삼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분업 체계에도 불안정성을 가져온다고 분석했다. 손 회장은 “최근 한일간 무역분쟁은 양국 기업들 사이에 다져온 오랜 신뢰관계를 훼손하고 국제 공급망에 예측불가능성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국제분업의 선순환 구조를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손 회장은 이어 “세계 3위와 11위의 경제력을 가진 일본과 한국은 비중있는 무역국가일 뿐만 아니라 한일간 상호무역의존도 또한 높다”며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글로벌 밸류 체인이 원활히 작동되도록 함으로써 세계경제를 견인하는데 기여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일 안보 협력도 강조했다. 손 회장은 “한일 양국은 경제적 호혜관계뿐만 아니라 안보 협력의 끈을 튼튼히 유지할 때 서로의 번영과 안정이 확보될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앞으로 한미일 삼국간 상호 신뢰를 높여야 하며, 한미일 협력관계에 균열이 생긴다면 한국의 방어력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일 갈등의 해결 방안으로 인적 교류를 제시했다. 손 회장은 “한일 관계가 어려운 상황일수록 양국의 문화, 체육, 예술, 인적 분야의 교류는 지속되고 확대·강화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원만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양국의 경제협력관계와 경제인들의 우호친선관계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며 “법, 정치, 외교로 풀기 어려운 문제도 한일 경제인들의 실용성과 포용력, 합리성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1969년부터 매년 개최돼 온 한일경제인회의는 한일 경제인 간의 대표적인 민관합동회의다. 이날 열린 회의엔 손 회장을 비롯해, 김윤 한일경제인협회 회장, 사사키 미키오 일한경제협회 회장 등 양국 주요 경제인 300여명이 참가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