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받고, 개혁 외치고…검찰과 함께한 ‘조국의 보름’

입력 2019-09-24 16:49

조국 법무부 장관은 24일 오전 10시55분 ‘검찰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습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검사와 수사관 등 모든 검찰 직원에게 발송했다. 검찰 개혁에 대한 각자의 생각, 업무 고민을 들려 달라는 용건이었다. 조 장관은 “취임하며 국민의 인권이 보장되는 검찰 개혁을 위해 법무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 나가겠다고 말씀드렸다”며 “그러려면 검찰 구성원이 평소 가진 고민과 애로사항을 직접 듣는 일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의견을 받을 새로운 이메일 주소를 소개했다. 이메일 발신에 쓰인 법무부 장관 공식계정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된 공직자 통합메일 주소였다. 그는 “의견을 주신 분의 이메일 주소는 업무 담당자 외에는 볼 수 없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모두 삭제돼 비실명 처리된다”며 기탄없는 건의를 독려했다.


조 장관의 이메일을 받아 읽은 한 검찰 공무원은 “참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9일 취임한 조 장관은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검찰을 개혁하는 보름을 보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가 ‘표창장 위조’ 수사를 위해 동양대 총무복지팀 자료를 임의제출 받은 지난 11일에는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를 신속히 발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5촌 조카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난 16일에는 검찰국을 통해 “검사에 대한 지도방법과 근무평정 제도를 재검토하라”고 했다.

조 장관은 5촌의 구속 이후에도 검찰권을 견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이어갔다. 지난 20일 의정부지검에서 평검사들과 대화할 때에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사법부는 예외로 하더라도 검찰과 경찰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데, 선출직을 통한 권력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사들 틈에서는 ‘정치검찰’이 문제로 지적돼온 점을 감안하면 과연 올바른 해법이냐는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조 장관은 “검사 개개인은 개혁 대상이나 적폐라 생각지 않는다, 다만 전체적으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모두가 공감하는 개혁이더라도 조 장관을 통한 개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조 장관 친인척의 여러 혐의가 드러났고, 이제 조 장관 본인의 개입 여부까지 수사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조 장관 스스로가 수사를 받는 장관의 공직 유지를 비판했었다. 그는 2017년 1월 11일 트윗을 통해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도대체 무슨 낯으로 장관직을 유지하면서 수사를 받는 것이냐”고 물었다. 조윤선 전 장관은 그로부터 열흘 뒤 박영수특검에 구속되며 장관직에서 물러났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 장관이 25일 천안지청에서 갖는 ‘검사와의 대화’는 의정부지검에서의 대화와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조 장관의 자택이 압수수색된 이후 열리는 대화라는 것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사가 다른 사건의 피의자를 만나 대화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고 징계 사유였다”며 “장관이 왜 검사들을 불편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