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 ‘행정미숙’으로 혈세 17억원 낭비…직원 ‘경징계’ 솜방망이 처벌

입력 2019-09-24 16:17
연천군청 전경. 연천군 제공

경기도 연천군의 ‘행정미숙’으로 한 업체가 100억여원의 투자금을 잃고 부도를 맞자(국민일보 9월 24일자 17면 보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 연천 군민의 혈세 17억여원이 낭비돼 논란이다.

막대한 혈세가 낭비됐지만 당시 이 업체의 인허가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한 담당 직원들은 경징계에 그쳤고, 이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조차 법적 검토를 핑계로 미온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24일 연천군과 ㈜한영산업 등에 따르면 2013년 11월 연천군에서 무기성 오니를 활용해 화력발전소 연료로 납품하는 사업을 추진하려던 한영은 군 환경보호과 업무 담당자의 관련 법령 검토 소홀과 부적절한 폐기물처리 인허가로 사업적합 통보가 취소됐다.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100억여원의 손해로 부도까지 맞은 한영은 군을 상대로 2014년 11월 손해배상청구소를 제기했다. 1·2심 등 지난 7월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수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결국 연천군이 일부 패소해 배상액과 이자, 변호사비 등 17억여원의 손해를 배상하게 됐다.

군 업무 담당자가 한영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대해 관련 법령을 살피고 보다 자세히 검토했다면 이 같은 상황까지 번지지 않았겠지만, 미숙한 행정으로 인해 군과 업체에서 각각 17억여원의 혈세 낭비와 100억여원의 손실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소송 과정에서 2016년 1월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은 경기도를 통해 “연천군 담당 공무원들이 허용되지 않는 사업계획서를 허가했고, 이를 신뢰한 업체는 시설투자로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며 “관련 규정을 위반해 사업계획서를 승인한 관련자인 환경보호과 A팀장과 B주무관 등에 대해 의법조치가 필요하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연천군은 3심 결과가 나오기 1개월 전 해당 업무 담당자들에게 경징계에 그치는 처분만 내렸고, 이들에게 낭비된 혈세를 복구할 수 있는 구상권 청구도 법적 검토 후 이뤄질 수 있다며 미루는 등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천군 관계자는 “해당 공무원들의 과실은 분명해 징계 처분 여부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없었다. 단지 재판의 경과를 살피고 징계를 내린 것이 3심 직전으로 시기가 정해진 것”이라며 “국가배상법을 보면 해당 공무원의 경과실, 중과실 여부에 따라 구상권청구가 면책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의견이 분분해 면밀하게 검토하고 처리하려는 것으로 ‘제 식구 감싸기’는 아니다. 자문 변호사도 공고 중이며 빠른 시일 내로 의혹 없이 처리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연천=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